
못 버는 것도 억울한데 내는 건 더 억울하잖아요 (BY 309호 도비)
대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랑 별다를 것 없는 동기들 친구들이었는데, 하나둘씩 그 힘들다는 취업문을 통과하더니, 일에 깔려 죽을지언정 월급날 통장을 보며 다음 날의 출근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자면… “이 나이 먹고 대학까지 나와서 어디가 돈을 받기는 커녕 내면서 하는 이 고생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래서 다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있는 힘껏! 내지 말고 벌면서 다니자고.
OKUN도 그렇지만, 나 역시 첫 학기 입학금과 등록금은 도리 없이 전액을 냈었다. (그렇지만 첫 학기라도 장학금이 간절하다면 입학 전에 미리미리 조교실의 장학담당자에게 문의를 해보도록 하자. 후에 알았지만 길이 없지는 않았다.) 입학 후에는 바로 이런저런 장학금 공고들을 들여다보고, 조교실에도 내가 돈이 필요함을 어필했다. 들여다보면 알겠지만 대학원 장학금이라는 건 꼭 성적이 우수해야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 환경에 따라서도 지원해 볼만한 장학금이 여럿 있다. 학점 제한이 있다 해도 어차피 몽땅 성적순으로 주는 것도 아니다.
덕분에 나는 2학기부터 총동창회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었고, 소액의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장학금도 받았으며, 꽤 다양한 조교 자리를 소개받아 생계를 꾸렸다. 연구소 A에서는 석사 2학기부터 6학기까지 연구조교로 근무했고, 연구소 B에서는 석사 3학기/7~8(졸업후)학기 때에 세미나 조교를, 석사 5~6학기 때에는 TA도 해봤다. 아, 중간중간 해외 출장이 포함된 단기 조교 업무도 해봤다(예를 들어 학부생소몰이라든가…). 9학기에 해당하는 시기에도 딱히 소속 없는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던 덕에 연구소 A의 연구조교로 복귀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늘어놓으면 ‘얘는 뭐 아주 조상신이 도운 특별 케이스 아니야…?’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진 않다. 나는 스무살 이래로 채 두 달도 알바를 쉬어본 적 없을 만큼 생계 해결이 중요한 사람이었고, 대학원 원서를 쓸 무렵엔 두 개 학원에서 강사 알바와 수많은 과외들을 계속하고 있었다. 석사 첫 학기에도 역시 두 개 학원에 출강했었고 (물론 한 학기만에 두 손 들고 정리했고—이건 조교 자리들이 생긴 덕에 가능했었다) 코스웍이 끝난 후 5학기차부터는 다시 과외와 주말 학원 출강, 각종 조교를 병행하면서 논문을 썼다.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 모든 상황들을 주변에 알리고, 본인도 꾸준히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마다 장학금 재원의 규모도 차이가 클 것이고, 어떤 곳에서는 특정 사업에서 나오는 장학금만으로 N빵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학교/학과 홈페이지와 포털을 수시로 확인하고, 적당한 장학금이 나오면 일단 지원서를 써보자. 학교가 제공하는 장학금이 충분하지 않다면,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대학원생들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 정보들을 찾아보자. 그렇게 해도 그 모든 상황들을 혼자 힘만으로 돌파할 수는 없다. 지도교수님께, 수업을 듣는 다른 교수님께, 과사의 장학담당 조교와 직원들께, 주변 친구들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흘려놓자. 그러다 보면 꽤 좋은 자리를 추천받을 수도, 내가 지원해 볼만한 좋은 장학금 정보를 누군가 알려줄 수도 있다. 내 사례들만 보아도 연구소 A는 이미 일하고 있던 과동기의 소개로, 연구소 B는 조교실을 통해, TA 역시 조교실을 통해(내 지도교수님의 수업이 아니었다), 단기 조교는 교수님의 제안들로 이루어졌었다.
덧붙이자면, 이렇게 했었던 많은 조교 업무들은 꼭 내 연구와 들어맞지만은 않았다. 어떤 일들은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기계처럼 일만 쳐내야 했던 자리들도 있었다. 당장 나는 모 프로그램 내용들에 그때나 지금이나 별 관심이 없다. 아무렴 어떠랴? 일한 만큼 돈을 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물론 많은 조교 업무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안다. 가볍게 말할 사안은 아니지만, 정말 너무 심각하게 후려쳐지고/갈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조교보다는 학교 밖의 알바거리를 찾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숱한 조교 업무는 여러분들에게 숱한 경험을 남긴다. TA는 상상 그 이상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겪을 수 있게 해주고(시험지와 출석부, 날아드는 메일들을 보고 있으면 그렇다), 특히 RA 업무는 (내 연구와는 거리가 좀 있다 해도) 넓은 범위에서 전공에 대한 이해를 높이거나, 하다못해 학계에 돌아다는 풍문이라도 주워들을 수 있다.
단, 그렇다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조교 자리를 부러 찾아다니지는 말자. 안 벌고 다 내도 되는 생활이 가능하다면, 빨리 공부만 하고 빨리 졸업하자. 나는 결국 7학기로 졸업했다.
Back to the Basic: 결국은 연구다 (BY OKUN)
감사하게도 입학부터 졸업할 때까지 학비 지출을 신경쓰지 않고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첫 학기 등록금만 지불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기에, 공부를 하는데 금전적인 부담은 많지 않았다. 사실 나의 지도교수님은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셨고 학생들에게 학업 생활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하셨다(박사를 가게 되면 풀펀딩을 제공하는 학교가 많은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도교수님의 생각에 동의하진 않았지만, 나 역시도 학기 중에 다른 일을 하게 되면 학업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당연하게도 생활비를 많이 쓸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학업과 생활을 위한 돈은 어떻게 구해야할까?
물론 누군가에겐 정답이 아닐 수 있지만, 이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즉 대학원생의 본분인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다. 나의 대학원 생활 중 두 학기는 대학원생지원장학금(인문사회계)으로, 마지막 학기는 수업 TA로, 그 외에는 연구소 RA와 연구 프로젝트 RA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학기 TA는 온라인 수업 녹화를 보조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TA 경험은 없었으니, 나는 연구를 통해서 장학금을 받은 것이었다(물론 다른 장학금들을 틈틈이 신청했지만 떨어지곤 했다).
RA를 하게 된 동기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대학원 생활을 열심히 해보겠다는 각오로(첫 학기 버프) 수업 참여를 활발히 했는데 그게 교수님에게 성실한 이미지로 보였던 것 같고 연구소 RA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물론 RA 급여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가벼운 용돈 정도로는 충분했다. 사실 금액과 상관없이 여러 교수님들과 친해지고 요즘 연구 분야들을 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나에겐 가치있는 일이었다. RA를 하면서 교수님들과의 면담을 꽤나 했던 것 같고 1학기 때 기말 레포트가 학위논문으로 연결되어 지도교수님도 빠르게 선정할 수 있었다.
지도교수님이 다른 학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정해지니 장학금을 받는데 여러 장점이 있었다. 1학기 말부터 논문 연구를 시작하며 연구 계획서를 구체화할 수 있었는데, 마침 대학원생지원장학금 공고가 나왔다. 알다시피 대부분의 대학원생 장학금은 연구 계획서를 요구하는데 지원 자격이 1,2학기 대상이었으니 연구 계획서를 발전시킨 학우들이 많지 않아 운이 좋게도 1년 학비를 벌 수 있었다. 더군다나 항상 장학금을 신청하게 되면, 추천서가 필요했는데 지도교수를 일찍 선정했기에 언제나 망설이지 않고 지도교수님께 추천서를 요청드릴 수 있었다(잦은 추천서 요청을 통해 교수님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어필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이미 지도교수님 TA는 정해진터라 그 역할을 맡을 수는 없었지만, 내 논문과 관련된 주제의 프로젝트를 구성해주셔서 RA로 참여할 수 있었고 여기서도 쏠쏠한 용돈벌이를 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 경험은 누군가에게 너무 이상적일 수 있으며, 본인의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나조차도 운이 좋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결국 논문 주제를 빠르게 발견하고 연구를 일찍 시작하게 되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면서 금전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고 공부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돈을 벌고 싶지 않았기 않았다. 더군다나 돈을 벌게 되면서 늦게 졸업하게 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실질적으로 나한테는 연구 장학금만이 대학원 학비 면제의 탈출구였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생각이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각자가 대학원생이라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조교실과는 항상 친하게 지내는 것은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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