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후 진로/진학 고민

DLEE는 2020년 2월 코로나바이러스의 등장과 함께 석사를 졸업했다. 문과 석사생에게 취업은 늘 어렵다지만, 코로나 시국에서 대부분의 대면 면접이 연기 및 취소되어 취업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세후 180만 원 정도를 준다는 모 연구기관 인턴 자리에 국내외 유수 대학에서 석사를 마친 사람들이 면접장에 우르르 몰렸던 것을 떠올리면, 당시 대부분의 학위 취득자들의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OKUN 역시 코로나 시국에 석사를 졸업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다양한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필자들은 왜 석사 졸업 이후 박사과정에 바로 진학하지 않고 연구기관 취업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러다가 왜 또다시 박사과정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그 고민의 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학계를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

DLEE: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주로 강의에서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받아 적고 달달 외워서 시험을 잘 보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기에 ‘암기’를 잘 하면 공부에 소질이 있는 것으로 착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제대로 학술적인 글을 읽는 능력이나 전공 분야 중 다른 사람이 건드리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관찰하고 통찰력 있는 글을 써야만 하는 ‘연구’에 대한 개념이 탑재되어있지 않은 채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요구하는 공부는 단순 암기가 아닌 앞서 말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이었고, 대학원 과정 동안 이런 공부는 나와 정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기왕 시작한 석사는 끝을 봐야겠고, ‘졸업만 하면 취업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2년 반을 버텼던 것 같다.

OKUN:

석사과정 당시엔 지식을 얻는다는 것에 재미가 있었으나, 새로운 연구로 발전시키는 것에 한계를 느끼곤 했다. 석사 논문을 쓸 때도 쉽지만은 않았고 졸업 후에도 번아웃을 경험했기에 ‘꾸준히 연구를 하는 것’이 과연 나에게 맞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일부 졸업생들이 연구소에서 일을 하다가 박사과정에 들어간다고 하니, 나도 처음엔 일을 좀 하고 박사과정을 언젠가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석사를 졸업할 당시 연구소 2곳에 지원을 했고 이후 해외연구기관과 컨택 중 근무 여건의 한계를 느끼던 차에, 다른 기관에서 연락이 와 현재 박사과정 진학 전까지 근무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씩 석사급 채용공고가 나올 때마다 마음이 흔들리곤 한다.

연구기관 면접 경험

DLEE:

석사를 졸업하고 나니 취업 시장에서 내 포지션은 더 애매해졌다. 학부를 막 졸업하고 취준을 하는 사람들보다 나이도 많아졌고, 그렇다고 일반 기업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경력으로 쳐주는 것도 아니었다. 별다른 옵션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래도 석사까지 했는데 전공은 살려야지’라는 마음으로 국제정치학 관련 연구기관에 입사 지원서를 냈다. 국내에 국제정치학을 다루는 연구소 자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세부 전공은 별로 따지지 않았고, 공고가 뜨면 닥치는 대로 서류를 넣었다. 내 경우 6개 기관에 지원을 했는데 서류는 공통적으로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자기소개서, 경력증명서, 학위증명서 등을 요구했다. 가끔 논문 초록을 내라는 곳도 있었다. 국책연구기관의 경우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출신 학교나 가족 사항이 드러나는 내용을 기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운 좋게 대부분의 기관에서 서류는 쉽게 통과되어 면접을 많이 보러 다녔는데, 막간을 이용해 면접 당시 받았던 질문을 공유하자면 아래와 같다.

  • 자기소개: 전공, 학위 논문 내용, 입사 후 포부 등을 간략히 소개했다.
  • 지원 동기 및 직무 적합성: 면접을 보러 간 연구기관마다 프로젝트가 달랐기 때문에(민주주의, 아시아 지역협력, 미중경쟁, 국제통상, 국제무역, 시민민주주의, 북핵 위협 등) 해당 기관이 수행하고자 하는 연구 내용과 나를 최대한 연관지어 이야기했다. 실제로 국제통상과 무역 분야에서 사람을 뽑던 기관에서는 안보를 전공한 나에게 “잘 안 맞아 보이는데 본인과 어떻게 연관지을 수 있냐”라고 질문했다(이럴 때는 그냥 영끌해서 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 전공 (용어) 이해도: 예를 들어 갑자기 ‘GATT가 뭔지 말해보라’라고 질문하는 식이다. 다행히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갑자기 모르는 거 물어보면 멘붕올듯…) 현재의 미중갈등을 전공 개념을 사용해 개념적으로 설명해보라는 질문도 받은 적이 있다.
  • 본인의 학위 논문 내용: 이런 질문 받으면 자신감을 가지고 대답할 수 있었다. 내 연구분야는 적어도 질문한 사람보다는 내가 더 잘 알 테니까 긴장하지 말고 비전공자가 들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쉽지만 조리있게 대답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기술(컴퓨터) 활용도 질문: 컴퓨터를 잘 다루는지, 통계 프로그램 쓸 줄 아는지, 동영상이나 사진 편집 잘하는지 질문한 곳도 꽤 있었다.
  • 성격 및 태도: 이 외에 성격의 장단점, 상사가 부당한 일을 시킨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워라밸이란, 공직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동료와의 갈등 해결, 살면서 잘한 일, 후회한 일, 향후 계획 등 가치관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 영어 질문: 연구기관마다 영어로 1~2개씩은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자기소개를 영어로 시킨 곳도 있었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해 아는 대로 영어로 서술해 보라는 질문도 받았고, 학부생 때 학교생활에 대해 영어로 말해보라는 질문도 받았다. 영어 질문은 무엇이 나올지 모르고, 한국어로 면접을 진행하다가 갑자기 영어로 전환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시작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결국, 다시 학계를 선택한 이유

DLEE:

여러 곳에서 면접을 봤지만 결국 결과는 좋지 않았다ㅠㅠ 졸업 후 취업이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와중에, 한 환경정책 연구소에서 일주일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영어로 된 자료를 번역하고 정리하는 일이었는데, 알바생의 자리를 석사급 연구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배치해 주었다. 가끔 점심시간에 그분들과 식사할 때가 있었는데 모두가 입을 모아 “공부가 좋아서가 아니라, 일터에서의 한계에 부딪혀” 다시 학교로 돌아가 박사를 따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는 “운전 면허증”과 같은 것인데, 운전을 하려면 면허가 있어야 하고, 아무리 운전을 할 줄 알아도 “면허증”이 없으면 절대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잠시 일했던 연구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연구소가 그렇다며, 혹시 연구 업계에 남아있을 거라면 석사가 최저학력이기 때문에 빨리 학교로 돌아가서 박사 학위부터 따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본인들도 석사 마치고 “공부가 싫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연봉, 직장 내 처우 등 매우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다시 학위를 하러 간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듣다 보니 머리가 너무 복잡해졌다. ‘결국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공부를 더 해야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 끝에 YES라는 답을 내렸고, 그때부터 취준을 그만두고 다시 해외 박사 진학에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잠깐의 취준이 남긴 교훈

DLEE:

나처럼 연구가 싫었던 사람도 결국 박사를 따겠다고 유학준비에 많은 돈과 시간을 쏟는 시기를 겪었다. ‘어차피 박사 갈 거였으면 졸업하고 바로 준비할걸’ 하는 생각도 가끔 했지만, 취준했던 기간을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 내가 왜 더 공부를 해야하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깨닫고, 부딪혀보는 시간이 없었더라면 오히려 박사에 더 일찍 진학했더라도 목적 없이 방황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고민 앞에서 난 결국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나처럼 연구에 소질이나 흥미가 없는 사람들도 결국 마음을 먹으면 해낼 수 있다!!! “난 연구 체질 아닌가 봐~” 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좌충우돌 같은 내 경험이 조금이나마 희망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

OKUN:

한 연구소에 최종 면접을 보러 갔을 때였다. 경쟁률이 100:1이 넘었고 연구직이다보니 전공 및 직무 경험에 대한 질문을 기대했는데, 개인의 성향,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는지 등을 묻는 질문이 면접의 90% 이상을 차지해 꽤나 당황했었다. 마지막으로 받은 질문은 어이없고 또 약간은 무례하게 느껴졌는데, 한 심사위원이 “본인의 이력으로 보면 연구자의 길이 더 맞을 것 같은데, 일하다가 박사 갈 것 아니에요?”라며 쏘아붙인 것이었다. 사실 박사 갈 마음이 없진 않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해도, 그 연구소는 석사급 연구원에게 연구 능력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박사급 연구원들의 지시를 얼마나 잘 따를 수 있는지, 그리고 연구소에 얼마나 순종적일지를 중점적으로 보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재직 동안 박사과정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연구소 복지로도 명시가 되어있는데, 박사과정을 가겠다는 것이 그렇게 취급될 일인지 의아하다) 석사급 연구원으로도 안정적인 생활을 꿈꿀 수는 있지만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결국 ‘박사 자격증’은 필수였다. 물론 박사과정을 진학해 그다음 단계에서 또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차피 공부해야 할 팔자라고 스스로 인정하게 된 순간, 답은 박사과정 말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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