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정치학 대학원 석사과정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BY 춘식)
이번 편에서는 국제정치학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치고, 같은 학교 같은 전공에 남아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대학원 고인물 춘식이 짬밥으로 우려낸 몇 가지 공부팁을 공유하려고 한다. 대학원 석사과정 공부는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코스웍을 마치고, 양질의 학위논문을 뽑아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주로 ‘커리큘럼’과 ‘학위논문’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석사과정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있는 예비 대학원생들은 참고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커리큘럼 자체 시뮬레이션 해보기
대학원 신입생들은 첫 학기 수강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2년 동안의 커리큘럼을 미리 구상해볼 것을 추천한다. 필자는 석사 신입생 시절에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기에 매 학기마다 정말 듣고 싶은 수업만(제목과 강의계획서를 참고하여) 선택했다. 돌이켜보면 석사시절의 커리큘럼은 일관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총체적 난국의 조합이었던 것 같다(정치사상 수업과 방법론 수업을 같은 학기에 수강했으니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부디 필자와 같은 시행착오는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유형의 커리큘럼을 추천한다. 본인의 성향과 목표를 잘 파악했다는 전제 하에 한 가지 커리큘럼을 골라보도록 하자.
첫째, 일관성 있는 커리큘럼을 구상해보는 것이다. 대학원 새내기라 할지라도 본인이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가 확고하고, 그에 따른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다면 첫 번째 유형의 커리큘럼에 주목하자. 석사과정 동안 오직 그 분야에만 몰두해서 한 우물만 파고 싶은 그대는 어쩌면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다른 연구 분야에 눈 돌릴 필요 없이 오직 본인의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수업만 선택하면 커리큘럼을 비교적 수월하게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2년 동안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골고루 섭렵하고 싶다면, 한 학기에 비슷한 주제의 수업들을 한데 묶어서 수강하도록 하자. 두 번째 유형의 커리큘럼에서 필자가 꼭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는 학기당 한 가지 테마를 잡고 그 범위 내에서 결이 비슷한 수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치경제’를 한 학기의 테마로 잡고 이와 관련된 수업들을 골라 담는 식이다. 우리는 학기말마다 텀페이퍼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데, 만약 갭 차이가 큰 수업들을 같은 학기에 수강하면 불필요한 창작의 고통을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기말페이퍼를 제대로 준비할 시간은 길어봤자 3개월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제한된 시간 내에 연구주제 선정과 자료 조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준비해서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뽑아내고 싶다면, 각 학과목의 텀페이퍼를 최대한 비슷한 주제로 선정해보자. 다만 한 학기 동안에 두 개 이상의 완성도 있는 텀페이퍼를 제출할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원하는 코스웍에 마음껏 도전해도 무방하다.
셋째, ‘지도교수’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구상하는 방법이다.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골고루 포괄하는 커리큘럼은 기피하는 동시에, 아직 본인의 연구 분야를 결정하지 못한 새내기들한테 적용되는 일종의 ‘편법’이라 할 수 있겠다. 석사과정 첫 학기, 수강신청 준비 기간에 학과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지도교수로 선택하고 싶은 교수님(들)의 연구 분야 및 개설교과목을 꼼꼼히 확인하자. 그리고 첫 학기는 무조건 해당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어보도록 하자.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늘 어느 정도의 괴리감이 존재하기에, 첫 학기 수업을 들으면서 그 교수님(들)과 나의 케미 점수를 매겨보는 것이다(교수님의 지도 스타일을 빠른 시일 내로 파악하고 싶다면 면담을 가보도록 하자). 만약 첫 학기 수업을 통해 지도교수를 선정하지 못했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두 번째 학기로 넘어가서 똑같은 방법을 적용해보자.
빨리 결정할수록 졸업이 앞당겨진다?!
석사 졸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의 시간을 학위논문에 투자해야 한다. 학위논문을 본격적으로 작성하기에 앞서 논문 주제, 연구방법론, 연구자료 등 기본 옵션을 구비해야 한다.
연구주제:
석사학위논문 준비 과정에서 필자는 연구주제를 선정하는 작업이 결코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참신하고 유의미한 연구주제를 찾아내는 것은 ‘예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의 전구가 켜지면서 기막힌 주제가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이러한 행운을 마냥 기다리기만 하기엔 2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 ‘예술의 영역’에 근접하기 어렵다고 해서 의기소침해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하나의 아이디어를 연구논문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오직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필자는 연구주제를 찾는 세 가지 소소한 요령을 공유한다.
첫째, 선행연구를 읽어보자. 기존에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주제를 새롭게 찾아내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지만, 선행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연구주제를 논문으로 발전시키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선행연구를 많이 읽어보고, 정리하면서 선행연구에서 미흡한 부분의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다.
둘째, 졸업한 선배들의 학위논문을 참고하자. 관심 있는 주제의 학위논문을 읽어보는 것은 논문의 기본 짜임새를 파악함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필자는 특히 하나의 연구주제가 전반적인 글을 어떻게 관통했는지에 대해 확인했던 것 같다. 여러 편의 학위논문을 읽다 보면, 얼마만큼 큰 범위의 연구주제를 선정해야 할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셋째, 지도교수와 충분히 논의하자.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편적인 경우에 연구주제를 선정함에 있어서 지도교수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고 본다. 지도교수와 충분히 논의하거나 협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주제를 정해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주기적인 면담을 통해서 지도교수를 만나 뵙도록 하자. 관심 분야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가 이루어졌다면, 지도교수가 던진 화두에서 연구주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연구방법론과 연구자료:
연구주제를 선정했다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과 연구자료에 대해 고민해보자. 주지하다시피 국제정치학방법론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질적 방법론이고, 다른 하나는 양적 방법론이다. 개인적인 기준에서 각자의 장단점에 대해 간단히 정리했다. 두 가지 방법론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결국은 본인이 선택하기 나름이다.

흥미로운 연구주제를 찾고, 어떤 연구방법론을 활용할지 정했다고 해서 너무 안심하지 말자.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자료를 찾지 못해서 결국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연구계획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료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연구주제는 정했지만 연구자료를 구하지 못해서 고통받는 참사에 대비해, 연구주제를 선정하는 작업과 그에 해당하는 연구자료를 찾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도록 하자. 연구방법론과 연구자료에 관한 더 구체적인 팁은 글의 번외에서 언급한 방법론 전공서적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석사학위논문 ‘요리하기’
지도교수님께 석사학위논문 지도를 받으면서 뇌리에 박혔던 인상 깊은 비유가 있다. “연구자는 연구자료를 잘 활용하여 스스로 요리를 만들어내는 감각을 키워야 한다.” 사뭇 추상적인 표현이라 처음에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연구’와 ‘요리’를 어떻게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지 전혀 감이 안 잡혔다. 그러나 글을 쓰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지도교수님의 깊은 뜻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석사논문을 완성함에 있어서 도움을 적잖이 받았던 방법이기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다.
지금부터 상상력을 풀가동 해보자. 우리는 연구자이자 요리사이다. 어떤 식재료를 사용하여(연구자료), 어떤 방법으로(연구방법론), 어떤 종류의 요리를(연구주제) 만들어낼지는 이미 대충 정해진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제 식재료를 요리에 필요한 만큼만 깨끗이 손질하고, 조리 방법을 잘 익혀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면 된다. 물론 아무런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 만든 요리는 맛없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싱싱하고 값비싼 식재료일지언정 요리사의 역량이 부족하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낼 수 없듯이 연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 분야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는 천재가 아닌 이상, 우리는 최상의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정성을 쏟아부을 각오를 해야 한다. 글을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것은 물론, 글의 전반적인 구조를 뒤엎고 처음부터 다시 짜임새를 정돈해야 하는 상황에도 낙심하지 말자. 우리는 이미 충분한 옵션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상의 ‘레시피’를 개발하고 싶다면 안일한 상태에 머물지 말고 끊임없이 글을 수정해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논문 드래프트 발표에 앞서 함께 공부하는 학우들과 ‘시식회’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우들 앞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오고 가는 피드백 속에서 본인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포착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글의 말미에서 양심선언을 하자면 필자도 4학기의 학사규정 내에 졸업을 하지 못했다… 석사과정 동안 졸업보다는 졸업 후의 진로 모색에 더 방점을 두었던 것 같다. 때문에 졸업을 서두르는 것은 그 어떤 메리트도 느껴지지 않았다(함께 공부하는 대학원생들도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4학기의 학사규정에 집착할 필요는 없음을 강조한다. 효율적인 대학원 공부팁을 알아두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본인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우리의 목표는 석사과정 공부가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컨설턴트가 되는 것이다.
번외: 전공서적 추천(번역본 위주)
<이론>
- 케네스 월츠, 『국제정치이론(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사회평론 아카데미, 2013.
- 로버트 O. 코헤인, 『헤게모니 이후: 세계정치경제에서 협력과 불화(After Hegemony: Cooperation and Discord in the World Political Economy)』, 인간사랑, 2012.
- 알렉산더 웬트,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 구성주의(Social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사회평론 아카데미, 2009.
<방법론>
- 박종희 엮음, 『정치학 방법론 핸드북』, 사회평론 아카데미, 2020.
- 개리킹 · 로버트 O.코헤인 · 시드니 버바, 『사회과학연구의 설계(Designing Social Inquiry)』,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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