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왜 이 연구인가?
이번 국.정.시에서 살펴볼 연구논문은 Henry Farrell 교수와 Abraham Newman 교수가 쓴 “The Janus Face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Information Order: When Global Institutions Are Self-Undermining”를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를 선정한 이유로는 결론 부분에서 두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정보질서라는 정치학에서는 자주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매우 중요한 개념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또는 인공지능 등과 같은 신흥기술들이 연구되고 정치적으로 중요성을 갖는 시대에 정보와 같은 개념을 다루는 연구가 주류 학술지에 실린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특히 개인적으로 기술의 경우에는 특유의 추상성, 복합적 성격 등 때문에 정치학적으로 분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되는데, 이를 명쾌하고 논리정연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읽은 글이기도 하다.
우선 논문에 대한 간략한 배경을 설명하자면 이 논문은 International Organization (IO) 이라는 아주 오래된 국제정치 분야 학술지의 75주년을 기념하여발간된 “Challenges to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특집호에 실렸다. 학술지들이 통상적으로 기념비적인 연도에는 특정 주제에 대한 특집호를 발간하는 만큼 국제기구, 규범 관련된 학술지인 IO에서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브렉시트와 같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불안과 도전이 더욱 빈번해진 작금의 시대에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해당 논문을 쓴 Farrell 교수와 Newman 교수는 각각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대학원(SAIS)과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소속으로 2019년 International Security라는 학술지에 “Weaponized interdependence: How global economic networks shape state coercion”이라는 논문으로 주목을 받았던 학자들이다.
정보질서(LIIO)란?
본격적으로 들어가보자면, 우선 본 연구는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언제 국제제도가 스스로 쇠퇴하는가?’에 대한 연구질문을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쇠퇴(self-undermine)는 “시간이 지날수록 제도의 생존에 대한 정치적 조건을 스스로 훼손시키는 제도적 조정의 경향(p.334)”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제도가 왜 자기 스스로 제 명 갉아먹기를 할까? 정도로 옮길 수 있겠다. 두 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보기 위해서 정보질서(Information Order)를 사례를 탐구한다. 해당 질문에 대해 두 학자들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국제제도는 외생적인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지만 내생적인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제도 밖에 있는 무언가가 제도를 훼손하기 보다는 제도 안에 있는 어떠한 변화가 자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주장의 주요 골자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두 저자들이 이러한 질문을 떠올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은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비자유주의 국가들은 변화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정보질서를 둘러싼 갈등이 포착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 연구의 사례인 LIIO란 무엇일까? 소위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의 하위 질서로 정보질서 또는 LIIO는 “주어진 시간 내국제경제에서의 의사소통과 정보를 형성하는 규범과 거버넌스 구조(p. 335)”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이 정보질서의 핵심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 국제적인시민권의 준수, 그리고 민간 주도의 거버넌스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민간 주도의 거버넌스에 있어서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와 ICANN(The 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이라는 국제조직이 등장한다. 연구에서는 정보질서가 초기에 창발할 당시에는 UN 산하 기구인 ITU에서 정보질서를 담당하고 있었으나 1990년대 정보의 폭발적인 양적 성장에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는 ICANN이라는 민간 조직을 설립하여 질서에 개입하고자 했다. 이는 ICANN이 국제조직처럼 IP주소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의 영향을 받는 민간기업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ICANN은 우리가 인터넷을 쓰는데 주요한 근간인 IP주소를 관리하고 할당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 영향력이 ITU보다 강력해졌다.
어떻게 사례를 분석할 것인가?
LIIO라는 대상을 분석하기 위해 본 연구는 Historical Intuitionalism이라는 분석틀을 활용한다. 물론 이러한 분석틀을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는 다른 분석틀은 왜 설명할 수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우선 해야한다는 의미이다. Increasing Returns라고 명명된 분석틀은 쉽게 말하면 상부상조 정도로 볼 수 있다.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유 무역, 시장경제로 대표되는 국제질서가 확대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들이 그만큼 해당 제도를 통해 혜택을 봤었기 때문이다. 소위 선순환처럼 해당 질서로 혜택을 보는 국가들이 많아지면 다시 해당 제도는 많은 국가들에 의해 지지를 받게 되며 다시 지지하는 국가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저자는 Increasing Returns에 입각한 설명은 LIIO가 발전 및 확대되지 않고 있는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보다 점진적이고 내생적인 변화를 잘 포착하기 위해 Historical Institutionalism에서 빌려온 Self-Undermining Feedback 이라는 매커니즘에서 변절(conversion)과 방황(drift)라는 개념을 활용한다. 변절이란 말 그대로 정치적 행위자들이 제도가 만들어진 그 의도대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표류는 제도가 노출된 환경이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바뀌지 않을 때 발생하여 예상치 못했던 효과를 야기하는 것을 의미한다(p. 339).
질문에 답하기(세 문단 요약)
배경과 이론적 분석틀을 알았으니 이제 사례에 적용하여 연구질문에 대한 저자들의 답을 찾아보자. 두 저자의 대답도 이해하기 매우 쉽다. 앞서 언급한 LIIO의 특징이 변화하여 오히려 자유주의 국가들에게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우선, 중국과 러시아 같은 비자유주의 국가들이 정보의 개방을 추동하던 여러 기술들을 허위정보 같이 역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거대 기업들이 점차 개개인의 정보에 기반한 광고와 수익체계를 구축함에 따라 LIIO가 가지고 있던 민간 중심의 거버넌스 구조와 상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두 저자는 LIIO의 원칙인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 점차 부정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변절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은 비자유주의 국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점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를 내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기 시작했으며 심지어는 민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자유로운 흐름을 막는 사례들도 발견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비자유주의 국가들이 정권의 안위나 지도자의 생존을 위한 방어적인 목적으로 정보의 흐름을 활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선거에 개입하거나 거짓정보를 흘려 대중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등의 활동을 통해 공세적으로 정보의 자유를 “공격의 장소(vector of attack)”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악영향은 LIIO의 다른 핵심인 민간기업들의 자체적인 규제/검열 구조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국제질서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방황 현상을 야기했다. 페이스북 사건*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점차 기업들이 분열을 조정하는 정보나 편향된 정보들을 제공함으로서 국가들이 이를 점차 제재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민간기업들 주도의 LIIO에 큰 충격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몇몇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ICANN에 대한 불만들이 표출됨에 따라 정보 질서를 관장하는 조직을 다시 ITU로 옮기려는 시도가 발생했으며 비자유주의 국가들 역시 본인들이 좀 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ITU를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연구의 핵심 주장은 글의 제목인 야누스의 얼굴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자유주의적 속성과 동시에 비자유주의 속성을 내제하고 있는 LIIO를 간략히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페이스북 사건(p. 349)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대한 내부 기밀 조사문건이 유출되었는데, 아주 적나라하게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주목을 받고 앱을 사용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더욱 더 많은 갈등적인 컨텐츠를 광고하며 이를 통해 사람들의 정신이 현혹함으로서 분열을 조장한다.”
정리하자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과 민간 주도의 규제구조라는 LIIO의 핵심에 내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금이 가기 시작함에 따라 점차 LIIO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물론 지면의 한계상 특정 부분들은 생략했지만 논리를 뒷받침하는 주장과 근거가 매우 명확하여 탄탄한 논리구조를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두 저자는 모든 사회과학 연구들이 그렇듯이 자신들의 연구만이 답이라는 것이 아닌 다른 설명에 비해 조금 더 나은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Historical Institutionalism이라는 정치학에서는 다소 새로운(적어도 필자는 처음 접해본) 분석틀을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연구가 완벽하지는 못한만큼 이번 연구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었지만이러한 비판의 영역은 독자분들에게 남긴다.
본문에 나오는 재미있는 내용
비자유주의 국가들이 정보질서를 해치기 위한 목적으로 자주 활용되는 해킹 기술이 언급되어 있다.
Flooding: 시스템이 처리할 수 없는 양의 정보를 통해 무력화 시키는 기술
Doxing: 개인정보나 비밀 정보를 통해 상대편의 약점을 공략하는 기술
참고문헌
Farrell, Henry and Abraham Newman. 2021. “The Janus Face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Information Order: When Global Institutions Are Self-Undermining.”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 75, No. 2, pp. 333-358.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