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의 안보연구 끼어들기

엘림

함께 읽을 글 | Lee-Koo, K. (2020). Feminist Interventions in Security Studies. In: Sawer, M., Jenkins, F., Downing, K. (eds) How Gender Can Transform the Social Sciences. Palgrave Pivot, Cham.

안보연구는 마치 성역과도 같습니다. ‘안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감 혹은 딱딱함은 “안보연구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라는 느낌을 자아내곤 하죠. 그래서인지 안보연구는 페미니스트들에게도 쉽게 논할 수 없는 무언가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냉전의 종식과 급증하는 글로벌 안보 이슈 의제들은 안보를 이론화하는 전통적 방식에 도전할 기회를 가져왔습니다. 이 글은, 안보연구를 향한 페미니스트들의 ‘끼어들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간략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안보연구의 한계

2차 대전 이래, 안보연구는 현실주의로 시작해 현실주의로 끝나는 현실주의의 화신과도 같았죠. 국가는 여전히 글로벌 안보의 주요 참조점이자 제공자이며, 강한 국가의 이해(interests)가 글로벌 안보 의제를 결정합니다. 냉전 시기 동안 양극 체제는 미소 간의 핵무기 경쟁, 초강대국의 영향력 유지, 대리 갈등의 억제를 주요 의제로 고정해두려 했습니다. 그러나 소련 붕괴 이후, 현실주의가 감지하지 못한 몇 가지 실패들을 볼 수 있게 됐죠. 전통적인 안보연구는 전 세계 수백만의 사람들에 대한 현존하는 위협, 글로벌 불안정을 유발하는 이슈, 비국가 행위자들을 보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페미니스트의 끼어들기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안보연구에 끼어들어 길을 내기 시작한 건, 1990년대가 되고서야 가능했습니다. 이들의 끼어들기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합니다. 하나, 국가주의를 넘어서 의제를 확장하는 것, 둘, (IR) 판을 뒤덮은 현실주의의 존재론/인식론적 제약에 도전하는 것. 다른 이론들처럼, 여기엔 페미니즘 이론 내의 여러 갈래들(리버럴, 래디컬, 마르크스주의, 탈식민…) 그리고 안보연구/IR 내의 여러 갈래(현실주의, 자유주의, 비판적, 구성주의, 포스트모더니스트…)로부터 영향을 받은 수많은 유형이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끼어들기를 수행해왔을까요?

첫째, 페미니스트 안보연구자들은 글로벌 안보에서 여성을 가시화하고자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시아 인로의 <바나나, 해변, 그리고 군사기지>(1990)를 들 수 있죠. 그는 묻습니다. 국제정치에서 “여성은 어디에 있는가?” 이러한 접근은 전통적 안보가 보지 못했던 여성의 경험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둘째, 글로벌 안보 이슈에 대한 분석에 ‘젠더 렌즈’를 활용해, 젠더 정치의 작동을 드러냈습니다. 이때 젠더 렌즈는 ‘사건 또는 맥락/배경 위에 놓인, 젠더화된 정체성, 정치, 관계들에 초점을 맞추는 필터’를 뜻합니다. 불안전에 관한 경험이 젠더화되는 양상을 살피는 것은,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이를 의미 있게 다루는 능력을 강화합니다.

셋째, 젠더 기반 불안전(gender-based insecurity)의 숨겨진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방법/접근법을 사용했습니다. 실증주의와 탈실증주의 양쪽의 전통에서 방법론의 정교함, 데이터 수집과 분석의 다양성이 증대되었죠. 인터뷰와 사료 분석으로 높은 수준의 질적 연구를 보여준 캐서린 문의 <동맹 속의 섹스Sex Among Allies>(1997), 젠더 평등과 국가 안보 간의 관계를 탐구하기 위해 훌륭한 양적 연구를 수행한 발레리 허드슨 외의 <Sex and World Peace>(2012), 핵 군비 경쟁을 정당화하는 젠더화된 언어와 논리를 비판적 페미니스트 담론분석을 통해 논한 캐롤 콘의 논문 “Sex and Death in the Rational World of Defense Intellectuals”(1987) 등이 대표적입니다.

넷째, 여성의 불안전을 다루기 위한 페미니스트 안보연구자들의 노력 그 자체입니다. 젠더 평등과 여성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는 여러 페미니스트 접근 간의 광범위한 토론 주제입니다. 리버럴 페미니스트부터 비판적 페미니스트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스트 안보연구자들은 여성의 불안전을 다루기 위해 다면적·다층적 분석과 이해, 대응을 추구해왔습니다.

페미니스트 안보연구의 영향

페미니스트의 끼어들기는, 안보연구가 다루는 이슈와 행위자를 확장했고, 전통적인 안보 정치 이해에 도전할 뿐 아니라 ‘새로운’ 혹은 ‘비전통적’ 안보 이슈에 대한 관여도 촉진했습니다. 폭력이나 공격성, 비협조적인 행동으로 어필하는 남성화된 인식 체계에 대한 전통적 안보연구의 의존성을 드러내고, 안보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비전통적) 방법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죠. 이를 통해 전시 민간인 대상 폭력, 특히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문제화했습니다. 분쟁 후 평화유지 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평화와 안보를 달성하는 과정에 ‘여성 참여’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강조합니다.


참고문헌

Lee-Koo, K. (2020). Feminist Interventions in Security Studies. In: Sawer, M., Jenkins, F., Downing, K. (eds) How Gender Can Transform the Social Sciences. Palgrave Pivot, Ch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