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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연구인가?
이번 국.정.시에서 살펴볼 연구논문은 현재 존스홉킨스 고등국제대학원 교수로 있는 Allan Bentley 교수가 쓴 “Producing the Climate: States, Scientists, and the Constitution of Global Governance Objects”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번 다뤘던 Farrell & Newman의 연구처럼 International Organization 라는 학술지에 2017년 발간된 71호지에 실린 논문이다.
본 논문을 선정한 이유 중 하나는 최근 포착한 재미있는 현상에서 출발한다. 미국정치학회(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APSA)에서는 매 년 특정 분야에 뛰어난 박사학위논문 1편을 시상한다. 특히 안보분야에 있어서는 국제정치를 공부한다면 모를 수 없는, 신현실주의의 대가 월츠(Kenneth Waltz)의 이름을 딴 Waltz Dissertation Award를 수여한다. 이번 연도는 브라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버슈렌(Verschuren) 박사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버슈렌 박사는 구성주의적 시각으로 전쟁을 연구한 내용으로 학위논문을 작성했는데, 신현실주의의 대가인 Waltz의 이름을 딴 권위있는 학위논문상을 구성주의 연구가 받는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다.1 생각해보면 나만 재미있는 걸 수도…. 아촤촤 이러한 현상처럼 이번 논문도 구성주의의 향기가 느껴지는 논문으로 특히 Bentley교수가 구성주의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알렉산더 웬트가 있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을 고려해본다면, 해당 연구가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살짝 유추해 볼 수도 있다.
만들기(Producing)
저자는 국제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가 지배적인 작금의 국제정치 속에서 어떤 이슈들이 사회적인 문제 혹은 논의대상으로 선정되는지 묻고 있다. 특히 국제규범을 공부한다면 들어봤을지도 모르는, 규범의 생애주기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인 Finnemore & Sikkink (1998)과 유사한 부류의 연구들은, 국제 거버넌스의 초기 단계를 다루지 않고 국제 거버넌스의 형성 과정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합리주의적 관점에서 글로벌 거버넌스는 형성 과정에서 마지막 단계인 협상이나, 제도적 설계, 집행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의 구성주의적 관점에서는 의제 형성 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이론화 작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의제 형성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있는 지식공동체(epistemic communities) 관련 연구들은 과학자들의 역할을 탐구하지만 지식의 생산 그 자체에 대해서는 연구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논증적 혹은 푸코 기반의 관점(discursive or Foucauldian perspective)의 연구는 지식의 생산 자체를 당연시 생각하지 않고 형성되는 정치적인 과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는 함의를 찾고 있다.
기존 문헌의 한계 속에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범한 문제들이 국제 거버넌스에서 논의되는 대상으로 발전되는지에 대한 세 가지 과정을 통해 볼 수 있다. 대상 구성(object constitution)2이라고 불리는 매커니즘은 우선 지정(designation)의 단계를 거친다. 지정의 단계는 “다른 대상들과 구분을 지을 수 있는 일련의 현상에 경계를 그리는 과정(p. 137)”으로 지식 기반의 집단(knowledge-based group)에 의해서 공고화되고 논증적인 형태의 분류 혹은 조직으로 지정된다. 특히 지정 단계는 기술, 지식, 그리고 세상의 변화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지식 기반의 집단은 단순히 과학자 혹은 식자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과적 믿음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권문제가 대상으로 분류됨에 있어서 국제변호사나 관료들이 역할을 행사했다는 점은 특정한 과학자 혹은 식자가 아닌 믿음을 공유하고 있는 집단이 지정 과정을 촉발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과정은 지정의 단계를 거친 대상을 세계적인(portable and global) 대상으로 변환(transition)시킨다. 특히 변환의 단계에서는 대상 자체가 국경을 넘어 초월적인 성격을 가져야할 뿐더러 앞서 언급한 지식 기반의 집단이 해당 대상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파할 수 있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추상화(abstraction)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추상화는 “특성한 특성을 떼어내기 위해 맥락의 요인들을 제거한 공식 지식과 전사를 사용하는 대상(p. 138)”으로 대상을 발전시킨다. 마지막 문제화(problematization) 과정은 앞선 두 단계를 거친 대상을 국가 이익이나 정책적 프레임에 결부시켜서 문제화 시키는 것으로 정책 전문가나 제언을 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안이나 위기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문제화 과정을 거친 대상은 새로운 전문가와 정치적 행위를 야기하지만 대립과 재구성(contestation and reconstitution)의 과정에 노출되어 지속적인 재과정을 거친다.
그렇다면 과정을 추동하는 행위자는 누구이며 어떠한 매커니즘을 거쳐 지적 대상으로 구성될까?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의 공동생산(co-production)이라는 개념에 따르면 대상은 지식과 정치질서는 국가와 과학자(식자) 사이의 지속적이면서 복합적인 관계를 공동생산하며 이 과정에서 일반적인 문제가 특정한 대상으로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 개념은 역시 “왜”라는 질문은 대답하지 않은채로 남기고 있다는 지적을 제시한다. 따라서 저자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단계와 함께 “국가가 도구와 지식의 생산을 나아가게(steer)하는 동시에 과학자와 전문가들은 대상 그 자체를 조립(assemble)한다(p. 140)” 라는 보강된 매커니즘을 제시한다. 이 매커니즘은 쉽게 설명하면 국가가 밀고, 전문가들이 당기는 현상 속에서 세 가지의 대상 구성의 단계가 진행된다는 것으로 선행적으로 진행되기 보다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모델에서 국가는 단일한 ‘당구공’ 모델이 아닌 담론과 관행으로 구성되어 있는 위계적인 구조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국가는 단순한 단일적인 조직이 아니라 다양한 조직들로 구성된 합의체이다. 이와 동시에 특정 분야의 개발에 예산을 지원하거나 제도 및 조직의 형성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술의 발전과 지식의 생산을 추동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지적 대상의 조립을 통해 지속적으로 권위적인 통제권(authoritative jurisdiction)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독단적으로 과학과 지식의 발전을 통제할 수 없다. 지식 집단은 대상을 추상화하는 변환의 과정과 문제화하는 과정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은 국가와 과학자들이 대상을 공동으로 ‘밀고 당기는’ 매커니즘을 개발한다고 본 논문은 주장한다.
기후(Climate)3
연구의 두 번째 부분인 사례분석은 예상한대로 기후변화가 어떻게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의 대상으로 구성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우선 첫 번째 단계인 지정 단계에서는 미국 해군, 공군, 국방부, 원자력 에너지 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에서 냉전기 군사적 활용은 위한 목적으로 기후 연구를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기상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미국 정부에서 지구물리학(geophysical)적인 접근을 견지했다. 이 과정에서 기관 소속의 많은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기후 및 환경 연구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며 대단한 정책적 주안점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전환의 과정에서는 컴퓨터의 도입으로 인해 복잡하고 난해한 기상 모델에 대한 연구가 가능하게된 동시에 이러한 모델을 전 세계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일치한다. 다양한 컴퓨팅 기상모델이 생성 및 연구되었으며 이는 지식이 추상화되어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었음을 의미한다. 1960, 70년대 다양한 국제 거버넌스에서 기후는 이제 더이상 단순한 기상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고민이 필요한 문제로 발전되었다. 다양한 국제 보고서들이 기후 문제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빠르게 국가 관료 및 전문가들을 통한 의제화, 제도화 과정을 거쳐 문제화되었다. 특히 교토의정서나 UNFCCC(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과 같은 구체적인 기후 거버넌스의 제도화는 과학자와 국가 모두가 관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 글의 가장 큰 묘미 중 하나는 바로 대조적 반사실(contrastive counterfactual) 추론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반사실적(counterfactual) 추론은 중요하지 않은 원인들 까리 중요한 원인으로 만드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조적 반사실 추론을 적용하여 지식의 생산이 기후 거버넌스에 가져온 영향을 분석한다. 특히 해당 대조적 반사실 추론에 기반한 대안설명이 채택된 경우에는 저자가 묘사하고 있는 논리가 틀렸다는 점을 증명하게 된다. 하지만 대안설명들이 기각된 경우에는 저자의 논리가 채택되는 결정적인 논증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두 가지 논증 중 두 번째(pp. 153-154)인 기후 거버넌스가 구체적인 CO2E 레벨을 예방 혹은 사회적 조정 대신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본문의 구체적인 사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생략한다. 대신 첫 번째 논증을 살펴보면, 국가의 지원이 지구물리학의 발전을 생물학, 지질학, 복잡계 과학 보다 빠르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기후에 대한 전지구적 프레임이 생물학, 지질학 보다 먼저 발전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을 분석한다. 이를 대조적 반사실 추론에 적용해본다면 기후의 프레임이 지구물리학에서 발전되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촉진되었다 정도로 변경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시기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이미 복잡한 모델이나 연구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해당 대안설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논증
반사실적 추론: X(원인) -> Y(결과): X가 Y를 발생시켰다 라는 구조에서,
Y(원인) -> X(결과): Y가 X를 발생시켰다 혹은
not Y(원인) -> not X(결과): Y가 아니여서 X가 없었다 라는 구조로 논증
대조적 반사실 추론: 동일한 구조에서,
Y(원인) -> X'(혼동 결과) 보다 X(결과): Y이기 때문에 X’보다 X가 발생했다
결론
늘 좋은 논문은 제목에서 부터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이제 ‘기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사회과학 연구가 늘 그렇듯이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 중 특히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는 의문점은 소위 안보화 이론(securitization)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안보화 이론은 간략히 말해 평범한 문제가 행위자의 안보에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대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다룬 이론으로 청중과 행위자의 관계, 화행(speech act)라는 말과 행위 등 해당 연구와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고 느껴진다. 물론 안보와 규범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차이점을 지니고 있으나 과정과 매커니즘 적 측면에서는 유사성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느껴지기 때문에, 해당 연구의 국제정치적 기여에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본 글에서는 저자의 사례분석보다는 이론적 분석틀에 집중하여 살펴보며 안보 또한 상호주관적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 구성주의 학파의 시각을 여실히 관찰 할 수 있었다. 해당 연구가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국제관계이론, 규범, 지식공동체라는 세 가지 시류의 연구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특히 규범 연구에 있어서는 그동안 많은 학자들의 축적된 연구 속에서 빈틈을 찾아서 비교적 최근에 연구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필자의 예상을 완전히 깨버린 계기가 되었다.
각주
1 해당 내용은 L교수님과의 대화 중에 나온 내용으로, 알려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2 사회과학 연구에서 정의를 빼면 시체다. 본 연구에서 거버넌스의 대상은 “다른 물체, 사건, 행위자와는 구별되는 자체적인 단위로 구성된 대상이나 관행(p. 136)”으로 정의한다.
3 저자는 해당 과정을 142-152쪽 정도의 분량으로 1차 사료를을 통해 매우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본 글에서는 해당 증거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보다 이론적 흐름에 맞게 간략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논거에 의문이나 관심이 있을 경우에는 직접 본문을 참고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문헌
Allan, Bentley. 2017. “Producing the Climate: States, Scientists, and the Constitution of Global Governance.”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 71, No. 1, pp. 13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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