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입학을 앞둔 분들께

GG

이번 글에서는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을 앞둔 입장에서, 대학원 생활을 되돌아보며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했으면 좋았을 것들을 생각하며 써 보았다. 연구가 해보고 싶어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고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막상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되기도 하고 막막한 분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방학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보낼 수 있는 시간

우선,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방학은 여러분들이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보낼 수 있는 ‘방학(放學)’이다. 대학원에 들어오고 나서도 물론 방학이 있지만, 학위과정 중의 여러 일정으로 인해 온전히 공부로부터 풀려나오기는 어려운 기간들이다. 따라서 대학원 입학 전 방학 동안은 최대한 속세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여러분들의 것으로 보내라. 물론 이 시간 동안 미리 질주를 시작해서 대학원이라는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대학원에서의 공부는 다른 많은 공부들과는 다르게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점이다. 시작과 맺음이 명확한 다른 공부들과는 달리, 대학원에 들어와서 자신의 힘으로 생각하고 글을 쓰는 지식 생산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언제쯤 끝날지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학자로서의 진로를 계속해 나가고자 하시는 분들에게는 대학원 문턱을 나선다고 해서 이러한 레이스가 끝이 나는 것이 아니기에,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레이스이다. 마라톤에서는 초반에 빨리 치고 나가는 것보다 장거리에 걸쳐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쉴 수 있을 때 잘 쉬어두면서, 스스로를 충전해 놓는 시간이 중요하다. 가능한 한 가족과 친구들, 소중한 사람들과 많이 시간을 보내고, 평소에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넉넉하지 못해 하지 못했던 일들을 많이 해두기를 권장드린다.

개인적으로는 방학 기간을 활용해 국내든 해외든 길게 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여행을 하면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만, 인문학,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여행이란 단순히 휴양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사건이나 현상이 일어났던 장소를 직접 찾으면서, 글로만 접했을 때는 얻기 어려웠던 현장감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이처럼 현지의 분위기를 읽으면서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일어나는 맥락에 대해 더 밀도 높은 이해를 갖추는 것은 이후에 연구에 학문적 상상력이라는 자양분이 되어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학문적 의미만을 찾아서 답사를 떠나라는 것은 아니고, 정신없이 여행을 즐기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순간들이 올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그렇지만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이와 같은 진심어린 충고를 무시하고 무언가라도 하고 싶어하는 열정적인 분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적인 방학을 보내야겠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자신이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 성과, 특히 책들을 시간을 갖고 완독해 두기를 추천드린다. 사실 대학원에 들어오고 나서도 두꺼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나가기란 쉽지 않다. 매주 수업마다 읽어야 할 논문들이 수두룩하게 많을 것이고, 단행본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독하기보다는 발췌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동료 평가를 거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은 대개 그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성과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논문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논문은 지면의 제약으로 인해 연구자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일부분을 압축적으로 담아내야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가들일수록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구성된 단행본을 통해 정리하여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주제를 다룬 같은 저자의 논문과 단행본일지라도, 단행본에 더욱 깊은 저자의 학문 탐구의 여정과 고민, 보다 정밀하고 상세한 학문적 증거들의 검토 과정을 살펴보기 쉽다. 따라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방학 때 자신이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대가라고 꼽히는 사람들이 쓴 중요한 책들을 몇 권 잡고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은 밀도 높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의 중요한 책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국제정치 전반에 있어서 중요한 책들이라면 이 시리즈의 다른 글(대학원 석사과정 공부법)에서도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경우 학과에서 시행하는 논문자격시험의 해당 분야 필독서로 제시된 책들이 그 분야의 고전과도 같은 책인 경우가 많고, 해당 분야 대학원 수업의 강의계획서를 통해서도 중요한 책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미리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모르겠다면 교수님께 방학 동안 읽어 두면 좋을 만한 책들에 대해 알려 달라고 메일을 보내보자! 많은 교수님들은 너무 신이 나셔서 평생 동안 다 읽기 힘든 분량의 빽빽한 리스트를 소개해주실 것이다.

또한 연구 분야에 따라서 방학 동안 기초 체력을 키워 두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언어 공부와, 양적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통계/코딩 공부가 그것이다. 우선, 사회과학을 하면서 외국어, 특히 영어의 그늘로부터 벗어나기는 어렵다. 유학 준비를 하지 않더라도 계속 공부해 나가기 위해서는 영어로 된 연구 성과를 해석하고, 영어로 자신의 연구 성과를 보고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평소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여겼다면 방학 동안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해두자. 만약 자신이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면, 그 지역의 언어를 습득해두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방학 동안 어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또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외국어 교실 등의 특강을 이용하여 해당 언어에 대한 집중적인 학습을 하는 것도 좋은 기회이다.

양적 연구를 하고자 하는 분들 역시 방학 기간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 사회과학, 통계/데이터 사이언스 등의 학과들이나 학내 연구소, KOSSDA나 통계교육원 등 많은 기관에서 제공하는 방학 특강 등 단기 강좌를 통하여 통계학의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해 압축적으로 배울 수 있다. 또한 R, Python 등 통계 분석을 위해 사용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입문부터 심화 응용까지 각 수준별 강좌가 많이 개설되고 있다. 방학 기간을 활용하여 통계 소프트웨어에 발을 담그거나, 깊숙이 들어가 보는 것도 이후 대학원 기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군 만들기

이러한 공부는 혼자서 할 수도 있지만, 꼭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우리가 연구를 하기 위해 독서실이 아닌 대학원에 등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함께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게 된 동기나, 이미 공부하고 있는 선배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면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어떤 곳에 가든지 친구를 만들어 두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동학들은 단순히 친목의 필요성을 넘어서 함께 공부해나갈 수 있는 학문 공동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아무리 내가 좋은 고전을 혼자서 열심히 읽는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었을 때보다는 얻어갈 수 있는 포인트가 적기 마련이다. 또한, 통계 소프트웨어를 공부할 때도 코딩 상의 과제를 해결하면서 혼자서는 풀리지 않는 과제도 여럿이 집단 지성을 동원하여 답을 얻어나가면 훨씬 능률이 높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기회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동학들과 접점을 많이 만들어두기 위해 가능하면 오리엔테이션 등에서 많이 친해지고, 식사 자리나 술자리도 많이 나가두라(?)

왜 대학원에 오고자 하는가

마지막으로,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내가 왜 대학원에 오고자 하는가”에 대해 자문해 보기 바란다. 대학원에 와서 자신만의 목적의식이 없으면 방황하기 쉽다. 그것이 연구하는 즐거움이 되었건, 현실 문제에 대한 호기심이 되었건, 자신이 대학원에 온 이유에 대해서 다시금 되새기고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은 대학원 생활의 중요한 주춧돌이다. 이미 확고한 답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방학 기간 동안 그 한 문제에 대한 답만 잘 찾더라도 대학원의 첫 단추는 잘 꿴 셈이 될 것이다.

여러분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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