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박사과정 지원 후기

정현

2023년 가을학기 미국 정치학 박사과정 진학이 확정되는 시간이 다가왔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합격 통지를 받은 지원자에게 4/15일까지 최종 학교 선택을 요청한다. 합격자들의 선택에 따라 Waitlist의 향방도 결정된다. 편집자와 교류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연구자 3명에게 유학 지원에 관한 소회를 물었다. 이들은 작년 말 미국 박사과정에 지원했고 모두 Official Letter를 받았다. Jake는 국제정치경제(IPE), IK는 중국정치, LL은 규범연구자로, 세부전공이 다른 이들에게 3가지 질문으로 의견을 구했다. 

1. 미국 박사과정 지원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항목은?

Jake: 박사지원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서류는 첫째도 Writing Sample, 둘째도 Writing Sample이다. Writing Sample 작성에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Writing Sample에 투자한 노력과 시간만큼 SOP (Statement of Purpose)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박사과정을 준비하는 독자 여러분들도 SOP가 얼마나 중요한지 주위에서 여러 번 들었을 것이다. SOP는 기본적으로 (1) 본인 관심 분야에서의 연구 성과와 더불어 (2) 박사 진학 후 탐구하고자 하는 연구문제를 핵심 내용으로 담아야 하는데, 길이 제한이 있는 만큼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글을 작성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라이팅 샘플을 잘 작성했다면 (1)번은 본인의 연구 질문에 대한 간략한 언급만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라이팅 샘플을 미리 작성해둔 지원자들은 자신이 제일 관심있는 분야의 선행연구를 완전히 섭렵한 이후 새롭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끊임없이 고민해보았기 때문에 (2)번 항목에서도 마찬가지로 퀄리티 있는 답변을 제시할 수 있다.

둘째, 학교 서치가 수월해진다. 앞서 말한 내용의 연장선으로 선행연구를 세밀하게 리뷰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는 자연스레 탑 10 저널에 등재된 학자들의 논문을 자주 맞닥뜨린다. 해당 학자들이 곧 내가 지원하는 학교의 메인 지도교수로 자리하게 되면 해당 교수가 속한 학교들로 지원할 학교가 얼추 결정된다. 이후 내 연구 주제의 어떤 부분을 더 연장(extend)해서 발전시킬 것인지에 따라 학교 내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지도교수가 선정된다.

Writing Sample은 유학 지원 서류의 중추 역할을 한다. 정량적인 평가 기준을 매길 수 있는 GRE, TOEFL, 그리고 학교 성적을 제외하고 나머지 서류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Writing Sample이 관여하는 정도는 매우 크다고 생각하며 Writing Sample을 잘 작성했을 때 나머지 서류를 더욱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IK: 유학 준비에서 흔히 궁금해하는 정량적 지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정량적 조건이란 GRE, TOEFL 등 박사과정에서 요구하는 지원 요건이다. 정량적 조건들을 준비하며 내가 느낀 바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최대한 빠르게 갖춰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미국 박사과정 프로그램들의 접수 기간이 9월쯤 열려서 12월 초/12월 중순/1월 중순쯤 마감인데 최소 6월~7월에는 정량적 조건들을 갖출 것을 추천한다. 8월부터 지원 직전(보통 마감 일주일 전부터 접수가 몰린다)까지는 학업계획서(SOP) 작성을 위한 준비에 매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해당 기간에 전력투구하기 위해서는 GRE, TOEFL과 같이 성가신 존재들을 해치워 놓아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없다.

둘째, 정량적 조건은 말 그대로 조건이므로 고득점을 위해 목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나와 주변의 지원자들, 내가 유학 준비 당시 조언을 구했던 여러 선배들의 이야기를 종합한 견해다. 여기서 목을 맨다는 것은 준수한 성적(GRE의 경우 Verbal 150 후반/Quant 160 이상/Writing 3.5 이상, TOEFL의 경우 학교 요구 성적 이상)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것처럼 8월 이후에 보유한 성적 이상의 고득점을 위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경우를 말한다. 보유한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든다면 지원 기간 막바지에 SOP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을 때 1~2주 바짝 준비해서 딱 한 번 시험을 보는 것이 합리적이란 생각이다. 특히 GRE의 경우 optional 또는 not considered 인 경우가 더러 있고, University of Michigan은 GRE가 대학원에서의 학업 능력을 보장/예측할 수 없는 지표라고 공언하며 지원자들의 요건에서 영구 삭제했다. 박사과정 지원을 고려하는 이들이라면 이 같은 추세 속에서 정량적 조건이 갖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물론 점수가 높으면 장땡이다.

LL: 미국 박사과정 유학 지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해당 학교(혹은 커미티 심사위원)와 지원자의 관심 연구 분야의 일치 정도, 즉 흔히 말하는 연구핏과 이에 기반한 향후 연구 계획의 구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 양적 연구 방법에 대한 이해 정도 역시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이러한 요소는 SOP와 라이팅 샘플을 통해서 보여줘야 하고, 따라서 이 두 자료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지 않을까. 한편, 토플이나 최근 여러 학교에서 면제를 해주고 있는 GRE 점수의 경우 당락을 가르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겠지만, 본인이나 이 글을 읽는 대다수 독자와 같은 외국인 지원자를 대상으로는 일종의 커트라인 식으로 작용하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2. 나만의 지원 전략은?

Jake: 총 12곳을 지원했는데 위에서 말한 방식대로 학교를 선정했다. 그만큼 작성한 Writing Sample을 기반으로 하여 관심 주제를 발전시키고자 했던 욕심이 컸던 것도 있지만 연구 핏이 합격 여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하여 라이팅 샘플과 SOP의 테마를 하나로 통일함으로써 해당 학교들에 연구 핏을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선정한 학교들이 총 6곳이었고 나머지 6곳은 US News 랭킹 Top 30위 안에 있는 곳들 중 내가 주관적으로 연구 핏이 가장 잘 맞다고 생각하는 곳들로 선택했다. 물론 필자의 지원 전략이 완벽히 들어맞지는 않았다. 필자는 12개 학교 중 2개 학교에서 Waitlist 통보를 받았고 1개 학교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는데 최초 합격한 학교는 필자가 평소 주의 깊게 보던 6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합격 후 필자가 작성한 제1희망 지도교수와 줌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해당 교수가 필자의 라이팅 샘플을 이야기하면서 본인과 필자의 연구 핏이 굉장히 잘 맞는다는 점을 강조했고 학과장(DGS) 또한 이 부분을 이야기해준 것으로 보아 필자의 전략이 완벽히 실패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IK: ‘내 연구 분야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교수 3명 이상인 학교’를 지원 기준으로 필터링하는 걸 추천한다. 예컨대 나는 패권 경쟁 맥락에서의 중국 대외정책을 연구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중국 대외정책, 중국 내부정치, 세력전이 관련 연구를 하는 교수가 최소 3명인 학교를 list-up했다. 이후 지원할 학교들이 확정되었다면, 해당 학교 교수들이 쓴 논문을 최소 3편씩 이상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이 부족한 경우 초록만 읽을 수도 있겠지만, 해당 교수들이 논문을 쓸 때 사용하는 빈도 높은 표현 및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내 SOP에 녹여낸다면 운 좋게 그 교수들이 입학 커미티로 구성되었을 때 내 SOP는 그들 눈에 술술 읽힐 수 있을 것이다. 논문을 읽고 어느 정도 SOP를 작성했다면, 주변 교수님들과 peer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교수님들에게 피드백을 자주 받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함께 박사과정에 지원하는 학생들과 SOP 스터디를 결성해서 서로 첨삭/피드백을 진행하는 것이 SOP 교정에 도움이 많이 된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러한 스터디가 매주 나의 SOP를 조금이나마 발전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연구 분야가 다른 동료가 내 SOP를 읽어도 무엇을 연구하겠다는 것인지 잘 전달되게끔 ‘쉽고’ ‘간결하되’ ‘고급지게’ 작성해야 한다. 커미티에 나의 연구 분야와 전혀 관련 없는 교수가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작업은 지원 직전까지 반복해도 충분치 않다고 느껴질 것이다. 때문에 정량적 조건들을 빨리 갖추어 놓고, 최소한 8월부터는 이 작업에 매진해야 그나마 후회 없는 학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로 지원할 학교를 찾다 보면 대부분의 미국 정치학 박사과정에서 IPE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각 학교 교수진들의 연구 분야를 살펴보면 교수진의 절반가량이 IPE 관련 연구를 하는 학교도 있었고, IPE를 연구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교수진들이 양적 연구방법론을 활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자신의 연구 주제가 IPE 관련이거나 양적 연구방법론에 최적화되어 있다면 지원할 학교도 많아지고, 합격 가능성도 매우 높아질 것이다. 실제로 합격한 선배들과 이번 지원 cycle 합격자들의 연구 주제를 보면 양적 방법론은 입학 과정에서 확실한 advantage가 있다.

그렇다면 양적 방법론을 활용하지 않는 지원자들은 합격할 수 없을까? 그것은 절대 아니다. 훌륭한 선배들이 질적 방법론을 활용한 연구 계획을 작성해서 유수 대학에 합격한 선례가 꽤나 있었고, 나 또한 질적 방법론을 활용한 학업계획서를 작성하여 지원 후 합격했다. 나의 경우 주제의 중요성 및 화제성이 합격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상술했듯 나는 패권 경쟁 맥락에서의 중국 대외정책을 연구 주제로 잡고 SOP를 작성했다. 내 주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서 나오는 주제이고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한 번쯤은 질문을 받는 주제이다. 그만큼 뜨거운 감자로서 이 주제를 연구하는 교수/학교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았다. 다만 모두가 논할 수 있는 이 주제를 나만의 방법으로 어떻게 연구할지를 끝없이 고민하여 SOP에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물론 처음에는 미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한국 학생이 미중 패권 경쟁을 연구하겠다고 하는 것이 당사국 학생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미중 관계의 경색 속에서 중국 유학생들의 합격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그 틈새를 여타 동아시아 학생들이 노려봄으로써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해당 주제를 연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되었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요약하자면 미국 정치학 박사과정 지원 과정에서 IPE, 양적연구 관련 지원자가 합격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있고, 안보 관련 주요 주제(패권, 동맹, 중국지역연구 등)를 연구하는 지원자들이 그 뒤를 따른다고 생각한다. 이는 해당 주제들이 더 좋은 주제라서가 아니라 그저 지원할 학교가 많아지는 것이기에 당연한 결과다. 물론 해당 주제 자체가 합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소개서(CV)에 기술된 경력과 연구 경험이 내 연구 주제와 얼마나 통일성을 가지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해당 지원자가 이 연구 주제를 발전시킬 잠재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SOP에서 보여주고, 이를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을 CV에서 보강해주면 합격에 더 가까워지리라 생각한다.

LL: 본인은 합격한 학교를 포함해 9개 학교에 지원하였다. 그리고 그 중 딱 1개의 학교에서만 합격 연락을 받았다. 본인의 관심 연구 분야는 인권 이슈와 비국가 행위자를 중심으로 하였고, 그러한 주제 혹은 그와 연관지을 수 있는 주제를 다루는 교수들이 2명 이상 있는 학교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합격 학교는 본인이 탐색한 학교 중에서 인권 관련 연구자가 가장 많이 포진하고 있는 학교였고 해당 연구자들 대부분 현재 왕성하게 연구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몇 개의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갈린다. 개인적으로는 지원자의 연구 분야가 IPE나 안보, 혹은 선거나 유권자 행태 등 국제정치학 혹은 정치학 일반의 주요 주제의 범주에 속한다면 많은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으나 필자와 같이 다소 희소한 사안을 다룬다면 연구핏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학교에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3. 유학 준비시 가장 중요한 것?

Jake: 유학을 준비할 때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1)멘탈 붙잡기와 (2)우선순위 정하기다. 멘탈 붙잡기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선정한 이유는 본인이 유학 준비를 일찍 시작하든 늦게 시작하든 똑같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순간이 올 때 유학 지원을 미루거나 포기하려는 본인의 멘탈을 바로 붙잡아야 한다. 특히 10월에서 11월 지원 시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GRE 성적이 원하는 만큼 안 나와서 계속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거나 SOP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을 때 본인이 느낄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입시 결과는 오로지 운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절대 포기하지 말자. 생각보다 준비를 많이 해도 결과는 안 좋을 수 있고, 오히려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잘 나올 수 있다.

(2)번 요인은 (1)번 요인을 위한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 본인이 박사 유학 준비를 결심했다면 각각의 준비 요소들 (i.e. GRE, TOEFL, Writing Sample, SOP, 추천서, 외부 장학금)에 대한 마감일을 미리 설정해두자. 미리 설정한 마감일을 철저히 지킬 수는 없지만 지원 서류를 대거 준비하지 못한 채 지원하는 대참사를 방지할 수 있다. 유학 지원 준비 기간을 1년으로 설정한다면 영어 성적은 무조건 상반기(앞 6개월) 안으로 마무리하자. 그래야 후반기를 온전히 SOP에 집중할 수 있다. Writing Sample과 SOP는 지원 직전까지 수정을 거치더라도 1차, 2차 마감 기한을 계속 설정해두어 긴장을 유지하자. 지원 마감 한 달을 앞두고는 학교별로 필요한 각 서류를 재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학교마다 요구하는 서류 기준(가령, 라이팅 샘플의 길이, 토플 성적 유효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확인한 후 본인만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IK: 가장 중요한 것은 멘탈 관리라고 생각한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시험 성적, 연락이 안 되는 교수님, 주변 사람들의 준비 속도 등 유학 준비 과정에서 멘탈을 흔드는 요소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열심히 준비했다면 성적은 오르기 마련이고, 교수님은 기가 막히게 마감 직전에 연락이 온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지원자들은 내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마음 편하다. 이번에 내가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학교에서 474명의 지원자가 몰렸다는 내용의 Reject Letter를 받았다. ‘함께 지원하는 동료를 경쟁자로 의식하고 스트레스받다가 불합격자 수백 명 속에 같이 파묻히는 결과’와 ‘동료와 함께 서로의 학업계획서를 예비 학자의 시각에서 진솔하게 피드백해주고 각자 원하는 학교에 합격하는 결과’ 중 하나를 고르라면 모두가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리라 믿는다.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고 동료들과 함께 고충을 토로하고 다독이며 유학을 준비한다면 기나긴 과정 끝에 합격이라는 결과를 받고 웃을 수 있을 것이다.

LL: 본질적으로 유학의 필요성에 관한 답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SOP와 라이팅 샘플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학교를 지원할 것인지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유학을 꼭 가야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어느 정도 답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00 단어 혹은 3페이지 분량의 SOP와 30장 내외의 라이팅 샘플은 그 분량은 적지만 결국 석사과정 혹은 학부과정에서의 본인의 문제 의식과 연구 분야를 축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소 5년이 소요되는 박사과정은 본인의 시간과 노력은 물론, 본인의 가족과 지원한 학교의 희생과 도움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를 감수할 수 있을 만큼의 상당한 확신과 미래에 예상되는 편익(금전적 보상 외에도 본인의 연구에 대한 흥미나 보람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을 거치지 않은 유학 준비는 상당히 고통스럽고 설령 좋은 결과가 있더라도 언젠가 상당한 고민의 순간을 마주하지 않을까. 학업과 경제 활동의 병행과 그 외 개인 사정을 핑계로 눈앞에 닥친 수업과 졸업 논문을 해치우기 급급했던 필자는 그래서 다가올 새로운 도전이 무척 걱정된다. 필자가 유학을 준비하는 이유는 오히려 국내 박사가 생활비 지원 및 수업료 면제를 제공하는 미국 박사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한다면 학문적 경험의 기회가 매우 제한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국내 박사학위를 수여받고 훌륭한 성과를 내고 계신 주변 선생님들을 보며 향후 내가 몸담을지 모르는 국내 학계에 기여라는 소명 의식을 뒤로 하고 오히려 안일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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