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과거의 이론이 현재를 만났을 때 

등대지기

이번 국.정.시는 연구논문 보다는 Foreign Affairs(FA)라는 다소 학술적이지만 학술지만큼 연구 전문적인지는 않은 매체에 실린 한 글을 살펴보고자 한다. 간략하게 FA에 대해 소개하자면 매 두 달마다 인쇄판 Foreign Affairs를 출간하는 동시에 온라인 사이트에도 여러 글을 싣고 있다. 특히 냉전 봉쇄전략의 설계자인 조지 캐넌이 Mr. X라는 필명으로 FA 학술지에 글을 실었던 것으로도 유명한 매체이다. 

오늘 살펴볼 글은 2022년 온라인 사이트에 출간되었던 “When Trade Leads to War”라는 글이며 저자는 현재 버지니아대학교 정치학과의 Dale Copeland 교수이다. Copeland 교수는 국가들 사이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어떻게 전쟁과 연관되는지를 연구한 학자로  Economic Interdependence and War (2015) 라는 책으로도 유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는 학자들이라도 FA에 가끔 실용적 혹은 정책적 함의를 다룬 글을 기고한다고 생각되었는데, 오늘 보는 글은 Copeland 교수가 처음 FA에 기고한 글이라는 것이다. 

이론의 핵심주장

기존 국제정치 이론에 따르면 경제적인 상호의존성은 평화를 만든다. 국가들이 무역과 공급망과 같은 상호의존이 높은 상황 속에서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면, 상호의존성으로부터 비롯되는 다양한 경제적 이익과 혜택을 창출하기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러시아나 중국을 살펴보면 세상은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실주의 이론에 따르면 무역은 (1) 값싼 원자재나 이윤이 나는 타국 시장에 진입함으로서 군사적 힘을 위한 경제적 이익을창출하는 동시에 (2) 강대국들은 이들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이들이 추구하는 제재나 규제 정책에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의존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지고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만약 강대국이 향후 해당 국가와의 무역 관계가 튼튼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이러한 의존성을 수용하고 경제적 이익에 집중할 것이다. 반면, 이러한 향후 무역 관계가 부정적으로 발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강대국의 경제적 및 군사적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할것이다. 무역에 대한 기대효과는 현재 중국이 처해있는 상황과 유사한 딜레마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 국가들은 이러한 무역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있도록 기본적인 신뢰를 보여줘야 하는 동시에 이러한 관계를 함부로 할 수 없도록 적절한 수준의 군사력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Copeland 교수가 2015년 책에서 주장한 무역기대이론(Trade Expectation Theory)의 핵심 주장으로, 이 글이 가지고 있는 부제(China, Russia, and the Limits of Interdependence)처럼 현재 러시아와 중국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론의 현실과 연장:  러시아와 중국

해당 글에서는 경제적인 상호의존이 러시아와 중국에 갖는 함의를 강조하는 동시에 두 국가가 처해있는 상호의존의 환경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우선, 러시아와 중국이 특정 국가 혹은 전 세계에 가지고 있는 상호의존의 정도가 다르다. 전쟁 직전인 22년 2월까지도, 러시아는 유럽의 천연가스 수출의 40%를 차지할정도로 많은 비중의 천연가스를 수출하고 있었으며 우크라이나에도 상당량을 수출하고 있었다. 이는 다른 시각으로 살펴본다면, 유럽연합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다는 이야기 이다. 특히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할 당시에도 유럽연합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러한 의존성이 매우 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글로벌 공장으로서 원자재나 원재료를 수입하여 컴퓨터, 스마트폰, 통신장비와 같은 완제품을 수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강력한 경제제재 상황 아래에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이러한 손해를 메꾸고 있는 러시아의 구조와는 달리, 중국의 이러한 경제구조는 단기적인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는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과 같은극단적인 외교상황 속에서도 중국이 대만의 반도체 수입에 관련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취약성을 방증한다. 

당연히 두 국가의 정책 결정에 크게 영향을 끼친 수많은 요인들이 존재하겠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잠재적 무역에 대한 기대값이라고 볼수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14년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합병을 일으킨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하겠지만 2010년에 발굴된 거대한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유전은 러시아가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가지고 있는 천연가스 의존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발견이었다. 이러한 잠재적인 의존성의 감소는러시아로서 우크라이나의 서양세력과의 높아지는 협력과 함께 장기적인 무역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와 불안정성으로 작동하기에 충분했다. 이와 유사하게 중국이 대만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무역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효과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는 2022년 6월 중국의 한 저명한 경제학자가 만약 미국이 현 수준의 대러시아 제재를 중국에도 부과한다면, 중국은 안정적인 반도체 수급을 위해 대만을 침공해야 한다는 주장과 결을 같이한다. 

이론의 미래

Copeland 교수가 아마 이 글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주요 메시지는 아마도, 그가 만든 무역기대이론의 실용적 함의였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혹은양안문제 등으로 현재 국제정치학 내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현재 행동을 이해하고 미래 전략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많아진 상황 속에서 그의 이론은 냉전시대와는 달리 무엇보다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현실 속에서 국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경제 관계에 대한 그들의 해석과 판단이라고 해석된다. 특히 중국에 관련된 분석을 하는 부분에서는, 중국이 가지고 있는 미래 경제관계에 대한 판단은 미국 정책결정이라는 함수의 내인적 요인이라는 주장을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 대만으로부터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게 할 수 있다는 미국의 어떠한 정책이 있다면 중국의 미래 경제효과 계산이 긍정적으로결론지어 질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이러한 경제적 해석과 판단이 미국의 정책결정함수 안에 존재한다는 점을 부정하거나 탈피하려 할지라도 중국의공세적인 정책이 대만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경제적 의존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중국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즉 현재 미국이 너무 공세적이지도 너무 나약하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의 신뢰와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 있다. 

이 글의 결론에서 주창하는 “적당한” 수준을 찾는 것이 미국의 대중국 혹은 대러시아 정책의 핵심이지 않을까 하면서도 동시에 제목과 같이 미래를 보는 과거의 이론이 현재를 만난 상황을 본 것 같다는 인상이 들었다. 2015년에 출간된 책도 그렇고, FA에 실린 글에서는 현재와 유사한 1900년대 역사적인 사례들이빈번히 등장한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역사적 사례들을 바탕으로 해석된 미래의 경제효과를 중시하는 이론이 현재의 국제정세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국제정치를 공부하는 분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처

Dale Copeland, 2022, “When Trade Leads to War: China, Russia, and the Limits of Interdependence,” Foreign Affairs, August 23. https://www.foreignaffairs.com/china/when-trade-leads-war-china-russia?check_logged_in=1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