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론: 가변적 선호와 비합리적 선택에 대한 설명

이상문

합리적 행위자 모델(RAM: Rational Actor Model) 전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가 이외의 행위자를 고려하지 않는다. 둘째, 모든 국가는 생존 또는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단일체적 행위자(unitary actor)이다. 셋째, 국가의 의사결정은 합리적이다. 즉 투입(input)에 따라 산출(output)이 결정된다. RAM은 1) 보편적으로 사용 가능하고 2)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국제정치현상을 설명하는 데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나 전망이론은 RAM이 가정하는 행위자의 ‘고정적인 선호’와 ‘합리적 선택’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망이론이란?

인간은 자신이 맞닥뜨린 상황을 이익의 관점에서 보느냐, 아니면 손실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현재의 결정을 달리한다. 전망이론은 위험 상황에 관한 의사결정이론으로서, 행위자는 이익의 영역(domain of gain)에서 위험을 회피하고, 손실의 영역(domain of loss)에서 위험을 추구한다. 이때 행위자가 어느 영역에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준거점(reference point)이라고 하며, 행위자는 준거점을 바탕으로 두 단계를 거쳐 판단을 내린다. 먼저 행위자는 편집 단계(framing phase, editing phase)에서 자신이 이익과 손실 중 어느 영역에 있는지 확인한다. 두 번째로 평가 단계(evaluating phase)에서 행위자는 어떤 행동이 주어진 상황에 적합한지 평가하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익의 영역에서는 보수적이고 현상유지(또는 위험회피)적인 선택을, 손실의 영역에서는 현상변경(또는 위험추구)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결과를 평가하고 예상할 때 편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레비(Jack S. Levy)는 순자산(net-asset)보다 준거점이 개별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편차를 설명하기 적합하다고 말한다. 수많은 개인이 지닌 각각의 준거점마다 속성이 매우 다양하다고 가정할 때, 행위자는 상대적 이익보다 손실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전망을 “프레이밍(framing)”한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이익이 예상되는 경우에 위험회피(risk-aversion) 경향을 보이고, 손실이 예상되면 위험추구(risk-seeking)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피실험자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고 하나를 고르도록 했는데, 하나는 80% 확률로 4,000달러를 받거나 20% 확률로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100% 확률로 3,000달러를 받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80%의 피실험자가 100% 확률로 3,000달러를 받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부정적인 선택지가 주어졌을 경우, 92%의 피실험자는 3,000달러를 확실하게 잃는 것보다, 80% 확률로 4,000달러를 잃거나 20% 확률로 한 푼도 잃지 않는 것을 더 선호했다(Kahneman and Tversky, 1979: 273). 이 실험 결과는 인간의 선택이 이익과 손실의 관점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익과 손실’의 관점으로 “프레이밍”되면, 이익의 영역에서는 확실한 보상을 위한 보수적 선택을 하지만, 손실의 영역에서는 확실한 손실을 피하려 도박적 경향을 보인다는 전망이론의 주장을 지지한다.

위험회피 개념과 프레이밍의 중요성은 지난 몇 년간 로버트 저비스(Robert Jervis)와 같은 소수의 국제관계학자들에 의해 외교정책결정과정에 적용되었다. 이러한 개념들은 주로 다른 이론을 수정하거나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최근 들어 전망 이론의 주요 개념이 국제정치 이론화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면서 외교정책결정과정의 구조적 케이스를 다루는 데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개념

(1) 준거점(reference point)

기대효용이론에서 행위자의 선택은 순자산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순자산보다는 이익과 손실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순자산에서의 변화가 아닌, 자신의 특정한 기준에 따른 부의 변화가 가치나 효용을 대신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준이 바로 준거점이다. 준거점이란 대개 현상유지(status quo)를 말하지만,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상향(ideal point)을 준거점으로 삼을 수 있고, 현상유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준거점이 될 수도 있다.

(2) 보유효과(endowment effect)

손실이 이익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이익과 손실은 다르게 취급된다. 즉, 사람들은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 정도보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정도가 더 크다. 이 위험회피 현상은 사람들이 반반 확률로 절댓값이 같은 긍정적 결과나 부정적 결과를 얻는 것보다는 현상유지(또는 다른 준거점)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또한 사람들은 이미 소유한 것에 대해 더 가치를 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라고 한다. 보유효과는 쉽게 말해 ‘판매가가 구매가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보유효과는 ‘선호=고정적’이라는 기대효용이론의 전제에 도전하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 보유효과에 따르면, 길에서 100만 원을 주웠을 때 느끼는 행복은 같은 액수를 잃어버린 아픔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는 어떤 물건을 더 오래 점유할수록, 그것을 얻는 데 드는 노력과 자원이 더 클수록, 그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

(3) 확실성효과(certainty effect)

중간 범위의 가능성에서 나타나는 상대적 변화보다 0 또는 1의 가능성이 변화하는 것이 행위자 선호에 있어 더 막대한 영향을 발휘한다. 즉 같은 효용가치를 지닌 선택이라고 해도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선택의 효용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러시안룰렛’을 예로 들어보자. 권총에서 탄 하나를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을 10이라고 할 때, 총알을 다섯 발에서 네 발로 줄이는 데 드는 비용과 마지막 남은 한 발을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단순히 그럴듯한 결과보다는 확실한 결과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의의

이 이론은 서술적(descriptive) 이론으로서 답을 제시하는 이론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례를 통해 경험적으로 검증되고, 현실에 부합하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용하다. 또한 인간 선호(human preference)가 RAM의 전제대로 외부에서 주어진 것(preferences are exogenously given)이 아니라 상대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 이론의 함의는 인간이 “확실한 이익”을 선호하고 “확실한 손실”은 회피한다는 것이다. 현실주의나 합리주의를 기초로 한 외교정책은 인간의 선호는 고정적이며 이익 극대화가 목표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특정한 상황이나 조건에서 선호가 변하는 국가나 개인의 의사결정, 이익 극대화라는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행위자의 선택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전망이론은 이러한 비합리적 선택과 목표의 원인을 규명하여 지배 패러다임을 보완하는 “손전등(Flash Light)”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참고문헌

박건영. 2021. 『외교정책결정의 이해』. 사회평론아카데미.

Kahneman, Daniel and Tversky, Amos. 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The Econometrica, Vol. 47, No. 2 (March).

Levy, Jack S. 1992. “An Introduction to Prospect Theory,” Political Psychology, Vol. 13, No. 2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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