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ander Wendt 이해하기

현슈

함께 읽을 글 | Alexander Wendt, 1999 Social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Cambridge, UK; New York: Cambrdige University Press)

이번 국.정.시는 국제정치이론가 중에서도 Alexander Wendt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구성주의 학자, 양자역학을 국제정치에 접목한 학자로 알려진 웬트의 시각은 단순한 그의 저서 몇 편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본 국.정.시는 웬트의 저서와 논문 그리고 웬트에 관한 2차 연구들을 중심으로 웬트를 돌아보고자 한다.

왈츠를 통해 이해하는 웬트

웬트(Alexander Wendt, 이하 웬트)는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 간에 일어난 2차 논쟁의 새로운 논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국제정치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웬트는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 모두가 공통적으로 전제하는 ‘외생적으로 주어진 구조’에 대해 비판하며 무정부 상태는 국가들의 간주관적 상호작용으로 인해 구성되는 것(anarchy is what states make of it)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웬트의 주장은 왈츠(Kenneth N. Waltz, 이하 왈츠)의 체계이론과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구체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아래는 웬트와 왈츠의 차이를 가시화한 표이다.

 Kenneth N. WaltzAlexander Wendt
1. ontology of anarchyExogenously GivenConstructed by intersubjective knowledge
2. characteristics ofanarchyCompetitive, Self-helpThree cultures of anarchy
3. variable of structureDistribution of PowerDistribution of Knowledge
4. characteristics of statesUnitaryNot unitary/ Depending on their own identity, interest
5. results of state interactionBalance of PowerReciprocal Interaction including BOP
표1. 웬트와 왈츠의 체계에 대한 논증 비교

먼저, [표 1]의 첫 번째 무정부 구조에 대한 존재론적 논의는 왈츠와 웬트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왈츠는 국제체계의 무정부성은 독특하게 구별된 구조로서, 외생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본다. 이는 왈츠의 신현실주의가 국제정치 구조의 존재론적 논의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반면, 웬트는 무정부성이 왈츠가 주장한 것과는 달리, 국가들 간 간주관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라 주장하며 신현실주의가 회피했던 무정부상태의 존재론적 논의를 부활시킨다. 즉, 무정부는 외생적으로 주어진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상태로서 ‘상호작용을 통한 간주관적으로 구성된’ 존재론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Wendts 1992, 401; 406). 다음으로 무정부 상태가 경쟁적이고 자조적이라는 왈츠의 주장과는 달리 웬트는 무정부 상태가 경쟁적인 홉스적 문화에서부터 평화적인 칸트적 문화까지 다양한 모습을 띨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무정부 상태를 세 가지 문화로 구분하였는데, 그 하나는 앞서 언급한 경쟁적이고 자조적인 모습이 두드러진 상태의 홉스적 무정부 상태이다. 홉스적 문화의 상태에서 “적대의 논리가 시작되면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을 실존적인 위협으로 만드는” 내재화를 진행한다(Wendt 1999, 263; 266-268).1 웬트는 내재화의 정도를 분석함으로써 홉스적 문화에 국가들이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재화에 따라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을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웬트는 홉스적 문화 이외에도 국제정치에 있어서 질적인 구조적 변화가 존재했다고 논증한다. 특히, 적대가 아닌 경쟁에 기초하는 로크적 문화는 3세기 동안 베스트팔렌 정치를 지배해 왔다(Wendts 1999, 279; 297). 뿐만 아니라 우정이 주된 역할을 하는 칸트적 문화 또한 무정부 상태의 특성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주목한다.

세 번째, 왈츠와 웬트의 차이는 구조의 변수(variable)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증에서 나타난다. 왈츠에게 있어 국제정치 구조가 국가들의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힘의 배분 변화 때문이다. 웬트는 힘의 배분 변화만으로는 무정부의 동학(dynamics)을 분석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정체성과 이익이라는 관념의 배분(distribution of knowledge) 개념을 제시한다(Wendt 1992, 396). 관념의 배분은 물질(힘)의 배분 변화를 포괄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5기 보유가 영국의 핵미사일 500기 보유보다 국가들에게 더 위협적인 예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의 핵 보유라는 물질의 배분 뿐만 아니라 영국보다 북한의 핵보유를 위협으로 인식하는, 물질을 인식하는 관념이 중요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양준희 2001, 35). 이러한 관념의 배분이 중요한 요소로 판단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단일하고 합리적인 존재로 고정되어있는 국가가 아닌 구성된 정체성과 이익을 통해 타국을 인식하는 정치체로 고려하는 웬트의 관점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왈츠와 웬트의 차이는 국제체계의 국가들 간에 일어나는 사회화의 결과에서 나타난다. 왈츠는 생존을 위해 자조하는 국가들은 무정부 구조에서 세력균형을 이룬다고 보았다. 반면 웬트는 국가들은 상호작용에 의해 생성된 ‘가능성’을 기초로 하여 국가들은 정책 결정을 이루며, 그들 상호 간의 상호작용(reciprocal interaction)을 통해 세력균형 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 구조를 제도화한다고 보았다(Wendts 1992, 405-6).

위의 적시한 바와 같이 왈츠와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자신의 주장을 구체화 한 웬트는 그의 논증에 대한 왈츠의 비판을 예상하였다는 듯이 그의 주장이 ‘환원주의’가 아님을 강조한다. 웬트에 따르면, 구조는 외생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국가들 간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구조를 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단위 수준에서 일어나는 과정(process)을 논증해야 하기 때문이다(Wendt 1992, 395). 궁극적으로 웬트는 구조의 존재론적 논의를 도외시한 왈츠 중심의 신현실주의 체계이론의 한계를 넘어서 국제정치이론의 존재론적(ontology) 논의의 필요성을 천명하고 국제정치 패러다임의 메타이론적 기반을 구축하고자 노력하였다고 볼 수 있다. 웬트는 존재론적으로 주체(agents)와 구조(structure)가 상호구성 관계를 통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인식론적으로는 현실의 사회적 구성에 집중하였다. 또한, 웬트의 방법론적 논의는 신현실주의의 과학적 실증법을 받아들였으며, “과학적 지식의 사회적 속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포괄하는 새로운 합리적 토대를 모색”했다(신욱희 1998, 156).

웬트의 한계와 양자역학

이러한 웬트의 논증이 내포하고 있는 한계는 크게 세 가지로 구체화해볼 수 있다. 하나, 웬트가 주장하는 관념을 변수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념의 조작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웬트는 이에 대한 논의를 과감히 생략해 버렸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그의 논의가 여전히 서구의 베스트팔렌 조약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국가(nation-state) 중심적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현 구조를 타파하려는 비판이론이나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시도와는 달리 구조의 문제를 묵인하였기에 구성주의자들(thick constructivism)의 비판을 받는다(신욱희 1998, 159). 마지막으로 웬트의 구성주의는 자유주의적 편향성을 보인다는 비판이다. 대표적으로 발킨(Samuel J. Barkin)은 그의 저서 ‘Realist Constructivism’에서 “구성주의 이론가들은 종종 자유주의적 이상주의자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 이러한 성향을 가진 대표적인 이론가는 웬트이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Barkin 2010, 139-40).

웬트는 2015년 그에게 적용되는 비판들에 대한 일종의 대답으로 ‘Quantum Mind and Social Science: Unifying Physical and Social Ontology’를 저술하였다(Wendt 2015). 웬트는 기존 그의 구성주의가 기반으로 한 고전물리학의 세계관이 ‘다층적 존재들 간의 상호구성 관계를 인식할 수 있는 적절한 인식론’을 논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양자적 전회의 필요성을 주장한다(전재성 2016, 14-5). 웬트의 자아 비판을 통한 양자적 전회는 인간의 마음과 인식에 대한 고전 물리학적 접근에서 벗어난 양자물리학적 논의에서 시작하는데, 특히 인간을 결정론적 물질이 아닌 파동함수(wave function)로서 논증하는 특징을 보인다. 다만, 이러한 웬트의 논의는 국제정치학에서 원활히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웬트의 시도는 의식(consciousness)이나 감정이 변수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외하는 국제정치현실의 퇴보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을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웬트의 인터뷰).

웬트의 두 저서를 통한 논증은 기존 국제정치이론이 간결성(parsimony)을 고집하여 설명력을 잃어가는 문제를 지적하며 동시에 국제정치이론의 메타이론적 논의를 활발하게 부흥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 물론 사회‘과학’적 이론으로서 간결성을 잃고, 측정 불가능한 관념 변수에 대해 논하는 것이 다소 모호하고, 방향성을 잃은 외침에 불가하다는 비판을 계속해서 주장할 수 있지만, 복잡다단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간결성을 고집하는 것이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식이나 관념에 의해 늘 영향을 받고 있는 사실적 명제를 밝혀내고자 노력하였다는 점에서 웬트의 논의가 갖는 가치가 폄하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참고문헌

양준희, 2001, “월츠의 신현실주의에 대한 웬트의 구성주의의 도전,” 『국제정치논총』, 41(3),
신욱희, 1998,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의 의미와 한계,” 『한국정치학회보』 32(2),
전재성, 2016, “알렉산더 웬트(Alexander Wendt)의 양자사회과학에 대한 비판적 고찰,” 『국제정치논총』, 56(2)
웬트의 인터뷰, ‘Lecture: Quantum Mind and Social Science’ 참조.https://www.youtube.com/watch?v=WpkhPgpY28M (검색일: 2020.05.12.)

Barkin, Samuel J., 2010, Realist Constructivism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Wendt, Alexander, 1992, “Anarchy is what States Make of it: The Social Construction of Power Politics,” International Organization, 46(2), 391-425.
Wendt, Alexander, 1999, Social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Cambridge, UK; New York: Cambrdige University Press).
Wendt, Alexander, 2015, Quantum Mind and Social Science: Unifying Physical and Social Ontology (Cambridge: Cambrdige University Press).

  1. 웬트는 내재화의 정도를 분석함으로써 홉스적 문화에 국가들이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재화에 따라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을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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