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전공은 어떻게 고를까요?

핏 맞는 선생님 고르기(학교 정하기)

어떤 대학원(일반대학원 or 국제대학원)을 지원할지 결정했다면, 본격적으로 학교를 결정해야한다. 혹자는 학교 네임밸류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 관심사에 맞는 교수를 확인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학교든 간에, 당신은 학업계획서를 서술할 것이고 교수의 연구 관심사와 비슷하다는 것을 어필해야 선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원을 가겠다고 결정한 학생이라면 어떤 분야를 공부할 것인지(한 문장의 연구 질문이 아니더라도) 대략적인 그림은 그려놓았을 것이기에 나에게 맞는 교수님을 찾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떤 교수님이 계시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과 교수진 목록을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수월하다. 이를 통해 연구분야, 개설강좌, 연구업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의 연구가 안보 분야라면 안보 관련 연구를 하시는 교수님을 찾아보고 연구업적에 기재되어있는 논문들을 찾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논문을 찾아 읽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한다. 첫째, 같은 분야 안에서도 방법론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는 것이다. 여러 교수님들이 같은 안보 전공이라 하더라도 세부 연구 주제(관심사)가 다를 수도 있다. 안보이론을 연구하시는 분, 계량분석을 통해 경험적 연구를 하시는 분,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외교정책 분석을 하시는 분 등 다양하다. 따라서 논문을 읽으며 본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에 관심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관심사를 현시점에서 정한다고 할지라도 입학 후에 연구 주제가 바뀌는 건 허다하다. 다만 면접에서 관련 질문이 들어왔을 때 본인이 어느 정도 공부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

두 번째로, 본인 관심 분야에 대한 연구가 학계에서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본인이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가 교수님의 연구와 일치할지라도, 이미 교수는 그 연구를 끝내 더 이상 새로운 연구를 하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관련 주제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학업계획서로 큰 어필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교수의 논문을 읽으며 기존 문헌들을 이해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은 학업계획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관심 있는 교수님을 찾았을지라도, 학교 입학 후 본인이 생각했던 교수님에 대한 생각이 처음과 다를 수도 있고, 어쩌면 슬프게도 나의 지도 부탁을 거절하실 수도 있다. 따라서 본인의 연구주제를 넓혀 여러 교수님을 관심 리스트로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생각지 못했던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교수님 인원이 많고 세부 분야를 다양하게 다룰 수 있는 학교가 모두에게 지원하기에 좋은 학교가 된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대학원을 지원하는 지원자 중에 이 교수님은 어떤 분이신지 개인적으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디까지 내용을 오픈해야 할지 꽤나 난감하다… 내가 그 교수님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험한 스토리가 있을 수도 있고, 그 외에 동기나 선후배를 통해 그 교수님에 대한 스토리를 들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은 아직 입학하지도 않은 입시생에게 교수님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어떤 연구를 하시는지 등 formal한 질문에는 충분한 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 개인적인 팁을 제공하자면, 학교 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가 그 교수님 밑에서 지도받은 제자들의 논문을 찾아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도서관 검색 필터로, 학과와 지도교수까지 다 설정할 수 있다). 만약 교수님이 그 학교에서 오래 재직하셨는데 졸업한 제자가 많지 않거나, 최근에 졸업한 제자가 없다면 한번쯤은 이 부분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해 볼 만 하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아 제자들을 받지 않는 분이실 수도 있고—가끔 논문 검색하며 교수님의 나이를 확인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분이실 확률이 다른 분에 비해 높다. 물론 그저 연구분야가 마이너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대표적으로 사상이라든가… 또 사상… 마지막으로 사상…). 이 방법이 완벽하거나 정확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다만 재학생이나 졸업생에게 질문을 할 수 없다면, 이렇게라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부분을 알려주고 싶다. 어차피 입학하면 자연스럽게 선배들이 교수님에 대한 썰을 다 풀어줄 것이다(…)

외교학전공 VS 정치학전공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대부분의 일반대학원, 그리고 대부분의 학부 전공 역시도 ‘정치외교학과’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다만 왜인지 서울대만큼은 특이하게 정치외교’학부’ 내에 정치학/외교학 ’전공’이 분리되어있다. 대학원 지원 당시 나는, ‘국제정치를 공부하고 싶으니 자연스럽게 외교학으로 가면 되겠지’ 생각하며 외교학전공을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대학원에 들어와 정치학전공 수업을 함께 들어보니 단순히 ‘정치학은 국내정치, 외교학은 국제정치’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대학원 지원을 앞둔 여러분들 역시 지원 당시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으리라 짐작한다. 아래에서는 정치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지인 B와 나눈 대화를 통해 두 학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참고로 B는 대학원 입학 전부터 정치제도, 정당에 관심이 있어 정치학전공에 지원했었고, 박사과정은 AP로 지원해 미국 출국을 앞두고 있다.

 

정치학은 국내정치, 외교학은 국제정치?

지금 서울대에서는 정치학전공과 외교학전공이 서로의 수업을 듣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고, 학점 인정도 별다른 신청 없이 가능하다(사실 본인 논문에 필요하다고만 하면 정-외 교차뿐 아니라 아예 다른 과 수업이라도 학점인정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지도교수님 사인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서는 논문 심사(드래프트 발표)도 두 전공이 함께 진행하기 시작했고, 논자시 규정도 통일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다만 현재 외교학전공엔 논자시가 있고, 정치학전공엔 없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과연.. 양쪽 다 생길 것인가, 양쪽 다 없어질 것인가..?) 대학원이 아닌 학부 수준에서는 통합 수준이 더 높아서, ‘정치외교학부’ 단위로 입학하고 재학 중 정치 또는 외교전공을 선택한다.

따라서 정치학전공과 외교학전공을 무 자르듯 잘라 나누기는 어렵고, 각 전공에서 공부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상당 부분 혼합되어있다. 정치학전공에서도 비교정치경제수업을 통해 한국-일본-중국을 비교하는 수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외교학전공의 미국정치수업에서는 연방정치나 미국 국내정치를 다루기도 한다. 정치학전공에서 중국 연구를 하시는 분은 중국의 국제정치/대외정치를, 외교학전공의 중국 연구 교수님은 중국의 국내정치를 가르치시기도 하기 때문에 정치학은 국내정치, 외교학은 국제정치라고 구분하기엔 무리가 있다. 외교학전공의 일본 지역 교수님의 연구 분야 역시 일본의 국내정치, 정당과 정치경제를 포괄한다.

 

외교학전공은 사실 정치학전공의 일부죠ㅎ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정치외교학부 학과장회의에서는 “외교학(국제정치)은 사실 정치학의 1/4인데 예산을 5:5로 절반씩이나 가져가는 게 맞느냐”는 농담도 오간다고 한다.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나오는 농담인 걸까? 조금 거칠지만—이 바닥이 대체로 미국 학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현실을 고려해—미국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Department of Politics 또는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정치학과)는 주로 크게 4가지의 세부 분야(Fields of Study 또는 Subfield)로 나누어져 있다.

  • AP(American Politics, 미국정치로 대통령, 의회, 관료제 등. 각 나라에 맞는 국내정치에 해당)
  • CP(Comparative Politics, 비교정치)
  • IR(International Relations, 국제관계)
  • Political Theory (정치이론, 정치사상)

이외에 학교에 따라 다른 세부 전공(Political Economy, Modeling, Political Methodology, Formal Theory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결국 정치학을 기준으로 생각하자면 국제정치는 더 포괄적인 정치학 내 하나의 분과인 것이지만, 외교학전공에서는 국제정치적 관점과 이해를 그 뿌리이자 기본값으로 둔다. 자연히 국제정치에 특화된 연구를 하는 분들도 외교학전공에 훨씬 더 많이 계신다. 그러니까 굳이굳이 따지자면 외교학전공에서 한국 국내정치만하는 경우가 없을 뿐이다. 그러니 정치학을 고를지, 외교학을 고를지는 단순히 나는 국내정치 공부할래, 아냐 난 국제정치 쪽이야’ 하는 정도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나와 핏이 더 맞는 선생님이 더 많이 계신 곳, 지도를 받고 싶은 선생님이 계신 곳, 졸업생이 쓴 논문들이 나에게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곳이 어디인지를 차근차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건 그렇고, 그럼 둘은 대체 왜 나뉘어있는 걸까? B의 생각은 이렇다.

“수업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두 학과는 단순히 행정적인 부분에서 나뉘어져있고, 역사적으로 이전부터 분리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경로 의존성을 가지고 학과가 분리된채로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혹 궁금하다면 이에 관한 더 자세한 사항은 X무를 참고해보아도 좋다. 다만 이걸 정독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네, 제가 맨날 하는 짓이죠…). 그럴 바엔 학과 홈페이지와 도서관 사이트와 RISS, KISS를 열심히 뒤지는 것이 여러분에게 훨씬 큰 득이 된다!

 

내 논문 읽는 사람은 4😂

여담으로, 정치학인지 외교학인지와 관계없이 대학원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건 끝도 없었다. 가장 큰 어려움이자 스트레스는 공부의 어려움이 아니라 사회의 시간과 다르게 흘러가는 대학원생의 시간과 현실과 괴리감이었다.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당연히 친구들은 이미 취직을 했고, 가장 늦게까지 서로의 공부를 응원했던 로스쿨 친구들이 변호사 자격증을 따게 될 때(하 이 배신감…) 뭔지 모르는 불안함과 뒤쳐진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도 같았다. 논문 리딩에 RA(연구조교), TA(수업조교), 각종 행정 업무까지 하는 일도 상당히 많은데, 밖에 보여지는 대학원생들의 이미지란 ‘일주일에 수업 두어 개나 듣고 글이나 좀 읽고 나머진 거의 노는 사람 아닌가..?’하는 시선을 마주하게 될 때 저 깊은 단전에서부터 은은하게 끓어오르는 분노란…(말잇못)

원생들끼린 웃자고 하는 농담이면서도 사실은 하나도 웃기지 않은 농담이 ‘언론사 기자만 되어도 써내는 글의 조회수가 1~2천씩 나오는데, 몇 달 몇 년을 공을 들여 논문을 쓰고 나면 읽는 사람이 저자와 심사위원 총 네 명뿐’이라는 것이다.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연구하지만, 과연 이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내가 무언가 생산적인 연구를 하는 게 맞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과 현타가 드는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그런 연구들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학문이 발전하고, 즉각적이고 가시적이진 않더라도 사회 변화의 순간들마다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주곤 한다. 본디 대학원생이란 경제적으로는 아주 무용한 존재여서(…), 때때로 본인의 비생산성이 스스로를 많이 지치게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하겠어? 내가 아니라면 누가 하겠어? 이 길이 아니라면 뭐가 내 길이겠어? 싶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면… ! 지원서를 쓰러 가실 시간입니다.

2개 응답

  1. 정말 제가 너무 궁금했던 내용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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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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