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서 소개하는 면접 과정은 이 시리즈의 글을 쭉 읽어온 여러분이 이미 떠올렸을 바로 그 학교의 외교학전공을 기준으로 한다. 감안해서, 대학원 면접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나? (BY 309호 도비)
일단, 내가 면접을 보던 시절엔, 구술고사도 코로나도 없었다. 해서 면접 준비는 기본적으로 내가 제출한 서류만을 기반으로 했었고, 면접장에는 적어도 대여섯 분 이상의 교수님들이 “내 눈앞에” 앉아계셨다. 그때 내가 봤던 면접과 곧 여러분들이 보게 될 면접은 내용 면에서 대체로 비슷하겠지만, 형식 면에서 또 조금씩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내 경험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최근의 이야기들은 지인들을 통해 정보를 모았다.
서류 제출이 마감되면 면접 대상자가 전공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서류+면접을 합산해 합불 여부를 정하는 경우라면, 웬만한 서류 제출자는 대부분 면접을 보게 될 것이다. 면접 날짜가 되기 전, 전공 홈페이지를 통해 면접 관련 공지가 올라오니 전형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은 매일 매일 꼼꼼하게 공지사항을 확인하도록 하자. 온라인(ZOOM) 면접을 진행하는 최근의 경우, 가장 먼저 구술고사를 위해 영어지문을 읽는 방으로 접속한다. 정해진 시간 동안 지문을 읽고, 각자 예정된 면접시간 10분 전에 면접방 대기실에서 대기를 시작한다. 조교가 입장 예정을 알려주고 나면 곧 면접방으로 이동된다. 면접방에 입장한 후엔, 교수님들의 질문을 잘 듣고 잘 대답을 하면 된다.
오프라인으로 면접을 봤던 때에는 면접장 이동 전 대기하는 시간만 1~2시간을 훌쩍 넘어갈 정도로 일정이 힘들었는데, 코로나는 구석구석에서 참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코시국 온라인 면접 최대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교수님과의 N:1 대면(맞짱)의 아찔함과 긴장감이 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발생하는 단점이라고 한다면… 평화로운 내 집, 내 방에서 면접을 보면서도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참신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며, 이에 또 다른 장점은 면접이 끝나자마자 침대로 직행해 바로 널부러질 수 있다는 점이랄까(…)
구술시험(영어지문+전공질문) 준비는 아래 OKUN이 써준 글을 참고하도록 하고, 나는 보다 일반적인 면접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면접 준비에서 무엇보다 핵심은 면접도 결국은 서류 기반이라는 것이다. 서류를 잘 준비하고, 거기에 더 쌓아가면서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
자소서/SOP에 쓴 내용을 완전히 자기의 언어(입말)로 체화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다. 본인이 써놓은 글을 그대로 말로 옮기면서 버벅거린다는 건 그냥 면접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다. 여러 번 직접 읽고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연습해놓자. 이미 다 써놓은 거니까 교수님들은 다 읽으셨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선생님들은 아주 바쁘고, 나는 내 면접에서 내 서류가 여러 선생님들의 손을 돌아다니는 장면도 보았다. 면접관들이 서류를 이미 다 읽었다고 가정해도, 대학원뿐만 아니라 어느 면접에라도 기본적인 자기소개나 지원 동기 등을 막힘없이 말하는 정도는 다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둘째로, 자신이 제출한 서류를 놓고 면접관의 입장에서 질문을 만들어보도록 하자. 혼자서는 어렵다면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해보는 것도 좋다. 연구 관심사, 학점, (언어능력), 라이팅 샘플 관련 질문은 예상 질문과 답안을 꼭 만들어보고, 역시 여러 번 연습해보자. (기우이겠지만, 줌으로 하는 면접이라고 해서 예상답안을 켜놓고 ‘읽을’ 생각은 하지 말도록 하자.) 라이팅 샘플의 경우엔 ‘핵심 주장이 무엇인지’, ‘어떻게 확장/적용이 가능한지’ 같은 질문들을 꼭 고민해보아야 한다. 본인이 쓴 주장을 간결하게 말하지 못하고 중언부언하거나 얼버무린다든가, ‘제가 이런 걸 열심히 공부(학습)했습니다’ 하는 이야기를 하는 건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끝으로,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면접이 당락의 전부는 아니다. 쫄지 말자. 내가 뭘 해왔고, 앞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최대한 긍정적으로, 자신 있게 표현해보자. 약점 같아 보이는 부분도 당당하게(?) 인정하고, 솔직하게 ‘더 나아질 수 있음’을 어필하자. (나는 모 과목은 성적이 왜 이렇냐는 질문에 상대평가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해괴망측한 짓도 저질렀다. 그러고도 붙은 인간이 여기 있다는 뜻이다!) 평점이 전반적으로 낮아도 학기가 지날수록 오름세가 있다면 그런 부분을 어필하는 것도 방법이다. 도저히 모르겠는 것을 말도 안 되는 말로 대답하느라 애쓰다가 당황해서 전부 망치지 말고, 그 부분까지는 미처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입학 전까지 더 충실히 공부해서 오겠습니다, 말하는 용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구술고사, 어떻게 준비할까?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BY OKUN)
외교학전공의 구술고사는 전공관련 영어지문을 면접 10분 전 제공하고, 면접 시 면접관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스템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내가 졸업한 외교학전공에서는 구술고사가 내가 입학한 뒤에서야 만들어졌다. 다만 재학 중에 매학기 어떤 구술고사 문제들이 출제되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과연 나는 그 문제에 답변을 잘 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곤 했다.
솔직히 말해서, 구술고사를 준비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이유는 첫째, 어떤 지문이 출제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 둘째, 특정 교수님의 관심사가 출제된다고 하더라도 수업을 들었던 자대 출신이 아닌 이상 절대 알 수 없다는 것(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에야 그 지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교수님이 출제하셨을지 바로 감이 오는 경우는 많았다). 가장 중요한 셋째, 제시된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답변을 이상하게 한다고 해서, 입시에서 바로 광탈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나도 교수님들 질문에 대답을 거의 하지 못해 당연히 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합격 통지를 받아 정말 당황스러웠다).
따라서 문제를 적중하는 것은 전적으로 운에 달려있고, 구술고사의 모범 답안과 상관없이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어떻게 답변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범 답안과는 거리가 좀 있더라도 본인의 생각을 적절히 펼친다면, 면접에서 교수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국제정치 전공의 기본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기본지식이라는 걸 정의하기 어렵고 범위도 너무 포괄적이지만, 타학교를 포함해 내가 봐왔던 학교들의 구술고사 질문은 대부분 국제정치이론 영역에 한정되었다. 시중에 국제정치이론을 다루는 여러 책들이 있고, 공부한다는 차원에서 아무 책이든 봐도 다 도움이 되겠지만, 대학원 입학까지 여유가 있으신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원서 두 권을 추천해주고 싶다(최근 에디션이라면 연도는 크게 상관없을 것이다).
- Richard K. Betts, Conflict After the Cold War: Argument on Causes of War and Peace, New York: Routledge.
- Robert J. Art and Robert Jervis, International Politics: Enduring Concepts and Contemporary Issues, New York: Pearson/Longman.
국제정치학계에 뛰어난 교수인 두 책의 저자들이 국제정치학의 대표적인 저서 또는 논문들을 편집했다. 어떤 학자가 대표적인 학자인지, 그의 책에 중요한 부분은 어디인지 알지 못하는, 그리고 책 한권을 다 읽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한국에도 비슷한 편집 스타일로 주요 학자들의 주장들을 정리한 이근욱 선생님의 『왈츠 이후』라는 책이 있지만, 편집자의 시각에서 풀어 설명한 글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압축된 원문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장점은 목차만 보고도 관련 학자들과 주요 내용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냉전 이후 전쟁과 평화라는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논의을 Visions of War and Peace 파트로 구성했고 미어샤이머, 자카리아, 헌팅턴, 후쿠야마 등의 글을 수록했다. International Realism: Anarchy and Power 파트에는 현실주의의 핵심 포인트인 무정부상태와 관련에 대한 논의를 왈츠, 길핀 등의 글로 풀어내며 그 반대편 시각에 있는 International Liberalism 파트는 자유주의라는 패러다임의 대표 학자들인 도일, 코헤인, 나이 등의 글을 수록하고 있다. 그 외에도 무정부상태를 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데이비드 강, 웬트, 등의 글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목차 구성과 편집을 통해 핵심 국제정치이론들을 잘 알려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에 가게 되면, 거의 대부분 영어로 된 논문이나 저서를 읽게 된다. 위의 책들을 읽는 과정은 원서를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대학원 과정을 미리 경험하는 훈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한국어로 된 책으로 존 베일리스의 『세계정치론』, 박재영 선생님의 『국제정치 패러다임』과 같은 유명한 서적들도 있지만 챕터들이 너무 많고 이론들을 병렬식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원 준비보단 외무고시 준비에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대학원에 와서도 “어떤 학자가 이러이러한 이론을 주장했다“ 하는 수준은 사실 그렇게 중요치 않다. 이 학자가 그러한 이론을 펼치기 위해 어떻게 그의 뒷받침하는 문단들을 구성하는지, 어떤 사례를 사용해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저자의 원문을 천천히 읽어가며 그의 문제의식을 이해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리라. 일단 읽어본 다음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위에서 말한 한국어 책들 또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다시 구술 면접으로 돌아와서, 교수님들은 지원자가 그 지문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물어볼 것이고, 본인이 공부하고자 하는 영역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질문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권위주위에서 민주주의로 넘어가는 과정에 나타나는 전쟁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라이팅 샘플을 썼었는데(라이팅 샘플에 대한 부분은 다음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어떤 교수님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관련 논의를 어떤 사례에 적용할 수 있을지 물어보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하게 나올 법한 질문이었는데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었다(그래도 붙은 사람 여기 또 있다!). 위에 309호 도비가 말한 것처럼 ‘핵심 주장이 무엇인지’, ‘어떻게 확장/적용이 가능한지’ 같은 질문들을 꼭 고민해보길 강조하는 바이다.
면접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을 지원자 분들에게 우리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부디 지문을 읽고도 모른다고 패닉하지만은 않았으면 한다. 전부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이해한 범위 내에서 자신있게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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