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글에 담긴 내용은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유학 대신 국내를 선택한 나, 다시 돌아간다면? (BY LL)
2019년 국내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한 나는 그에 앞서 미국 소재 대학원 두 군데에 합격한 바 있다. 본 글에서는 필자가 미국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국내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와 지금 시점에서의 느낀 점을 다루고자 한다.
미국 대학원 지원 동기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 그 시절을 회상할 때에도 유학 지원의 동기는 불분명한 것 같다. 그저 좋은 학교에서 내가 전공한 분야를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것뿐이었고, 무엇을 연구하겠다거나 어떤 진로를 가야겠다는 생각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나마 계획이라면 유학을 마치고 오면 더 전문직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 정도였다. SOP 내용을 간략히 언급하자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던가 민관협력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 등에 관심이 있던 터라 블록체인을 비롯한 기술 혁신이 개발도상국 내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중심으로 한 개발협력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다고 작성하였다. 그래서 박사과정은 생각도 하지 않았고 석사과정만 이수하는 terminal 프로그램에만 지원하였다.
합격, 그리고 예상치 못한 난관
4월 무렵, 운이 좋아서였는지 혹은 이해하지 못할 다른 이유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UC San Diego(UCSD) Global Policy School과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GWU) Elliot School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다. 행복한 고민만 하면 될 줄 알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여러 고민 끝에 엘리엇 스쿨로 마음을 굳힌 필자는 오퍼 수락과 이후 학생비자 신청 등 입학에 필요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으나, 1억 원(혹은 2억 원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음)에 상응하는 현금성 자산(주식이나 부동산 제외)의 잔고 증명을 하지 못해 비자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비자신청 외에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업료 및 생활비를 조달할 방안 역시 막막했고, 학교 측에서 제안한 장학금은 턱없이 적은 금액(학기당 4,500불 정도)이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그로부터 약 2년 뒤, 필자는 국내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내가 현재 관심 있는 분야의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UCSD나 GWU에 소속되어있다는 점을 알 때마다 약간의 후회가 들곤 한다. 하지만, 만일 그 고민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장담하긴 어렵지만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희망하고자 하는 진로의 방향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석사 학위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 그리고 난생처음 영어만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리하게 미국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무척 큰 부담감에 억눌려 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대학원에서의 시간을 통해 그나마 공부를 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어떤 것이기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대학원에서의 공부도 무척 어렵고 여건이 아쉬운 것도 많다. 커리큘럼이 더 체계적이고 교수자들의 피드백이 더 확실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 감조차 잡지 못하던 나에게는 국내 대학원에서의 시간이 필요했다.
맺으며
다만,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다면(적어도 그 시점에는), 그리고 어느 정도 여건이 된다면 그것이 공부를 업으로 삼는 것이든 직업을 위한 진학이든 기회가 왔을 때 조금 무리하더라도 잡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한다. 국내보다 공부 여건이나 지도 방식, 졸업 후의 진로 등에 있어서 유리한 것은 사실인 것 같기에… 맺음말을 대신하여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유학 준비에 앞서 본인의 상황과 유학의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하라는 것이다.
현실은 모른 채 꿈을 좇아왔어요(feat. 구원)
* 본 글은 Fletcher School을 졸업하고 현재 미국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구원(별명)과의 인터뷰를 OKUN이 편집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막연하게 외국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대학생 때는 국제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갈급함이 많았다. 군대 의무를 마치고 복학하기 직전, 시카고에서 1년 동안 Community College를 다닐 수 있었는데 현지에서 아카데믹한 영어를 구사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이런 생각으로 인해 ESL이 아닌 IR intro를 수강하게 되었는데 너무 좋았다. 처음으로 저널 리딩이라는 것을 시작했고 시카고에 있다 보니 미어샤이머 강연을 듣게 되었는데 강의 내용은 말할 필요도 없었으며 대중에게 개방되는 세미나들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보스턴에 살았을 때도 하버드에 들어가 편하게 세미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았다).
학부에서 공부하면서 인도주의학(Humanitarian Studies)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국내 대학원에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Fletcher에서는 영양학, 보건학을 포함하여 간학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학제적 프로그램이 있었다. 가르치는 교수들도 World Vision이나 Care International과 같은 NGO에서 일하다 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분쟁지역에서의 구호활동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테러로 발생한 분쟁에서 특이점과 과제’처럼 실무적인 부분까지도 배울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지식은 국내 국제대학원이나 보건대학에서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언어와 날씨, 재정적 어려움은 디폴트
[이 글을 정리 중인 OKUN도 한때 해외 대학원 진학에 관심이 있었고,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기 전에 보스턴에서 구원이를 만났었다. 당시 구원이 “재정적으로 쉽지 않으면 일을 하다가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식의 조언을 해주었기에, 그간 당연히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재정적 어려움은 모든 유학생에게 디폴트라서 구원이는 어딜 가더라도 힘들 것인 걸 알았다고 한다. 그는 유학 당시 장학금이나 학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었다.]
공부하는 기간 예상외의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진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영어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강의실에서 사용하는 영어 준비가 많이 되어 있지 않았었다. 학부 당시 영어 100% 수업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맨날 GRE 책만 보다 왔으니 현지 영어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고 영어가 막히니 모든 활로가 막힌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르바이트, TA, 네크워킹까지 모든 생활에 있어서 의기소침해지고 자연스럽게 동양인에게 기웃거리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Professional School에서는 사람들이 제2~제3외국어까지 기본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영어도 완벽히 하지 못하는 듯한 나 자신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언어는 대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기에, 누군가 해외 대학원 진학을 희망한다면 입학 전에 영어를 더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 다른 하나는 유학 생활 동안 (많은 유학생들이 느꼈겠지만) 날씨가 참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도가 높은 곳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10월부터 시작되는 해가 짧은 시간들을 잘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향수병까지는 없었다고 해도, 날씨로 인해서 감정적인 영향이 꽤 컸었다. 샌디에고나 DC만 해도 큰 걱정은 없을 텐데 뉴잉글랜드나 유럽에 가는 학생들은 우중충한 환경이 상당히 적응하기 어려울 듯하고, 내가 있었던 보스턴은 겨울이 너무 추운데 겨울 방학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눈과 칼바람을 견디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날씨가 좋으면 공부가 안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씨 선택은 정말 중요하다. 서부는 말할 필요도 없고, 텍사스 같은 곳도 신흥 프로그램이기에 학생들이 잘 고려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확실히 살기 좋은 곳에서 공부하면 더 좋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특히 싱글이 아니라 가족이 같이 가는 경우 더 중요하다. 보스턴에 괜히 하버드, MIT가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날씨가 좋지 않으니 랩에만 갇혀 공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었다.
엄청난 학비? 지출이 아닌 투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석사 유학을 통해 가장 먼저, 세상을 보는 시야가 굉장히 넓어졌다. 아마 한국에 있었다면 동북아시아를 주로 공부하기 때문에 그 외의 지역에 대해서는 아마추어적인 지식밖에 없었을 것이다. Fletcher에 오고 나서는 다루지 않은 지역이 없었다. 남미, 중동, 카프카스 같은 지역까지도 담당하는 교수들이 있어서 특강들이 매번 열렸고 지구본을 펴서 나오는 모든 지역을 아우르는 공부를 하니 본인만 원하면 시야가 엄청 넓어질 수 있는 학교라는 것을 느꼈다. 왜 석사를 해야할까 질문할 수 있지만, 나는 석사를 했기 때문에 이만한 시야가 생겼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사실 석사 유학의 가장 큰 메리트는 현지 취업의 기회(OPT-간단하게 말해 졸업 후 1년간 일할 기회가 주어지는 제도) 그리고 더 나아가 영주권까지 취득할 기회(회사 영주권 비자)가 있다는 사실이다(구원이는 석사 졸업 후 취직을 통해 영주권을 얻었다). 다른 나라 석사와 비교해서 왜 미국 석사를 해야 하는지 물어본다면, 이 OPT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박사를 해도 마찬가지의 기회가 있으나 시간/금전적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석사 유학은 이보다 더 빠르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참고로 학위 레벨마다 OPT를 한 번씩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학부를 졸업할 때 1년간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후, 본인을 스폰서하는 회사를 찾지 못하면 출국을 해야 하거나 석사를 들어가야 한다. 석사를 졸업할 때도 마찬가지로 OPT를 신청할 수 있다(주의해야 하는 사실은 미국 1년+유럽 1년 프로그램을 취득할 시 OPT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생각해보자. 아무리 능력이 있더라도, 그 사람과 1년도 일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가 무엇을 믿고 본인을 스폰서 하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1년간 일할 수 있는 OPT 기간을 받는다는 사실은 강력한 메리트이다.
나아가 이제껏 비싼 학비를 내면서 이런 메리트를 얻었는데, 미국 취업을 해보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아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을 두드리는 자격만으로도 엄청나다(구원이는 본인 동기 중에 졸업 후 이 시스템을 통해 미국에 남은 사람은 본인밖에 없음을 함께 전해주었다). 물론 한국 기업, 한국 대사관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많지만, 외교관 비자를 받기 시작하면 미국에 영주할 수 있는 합법적 시스템으로 이관이 안 되기 때문에 본인의 커리어를 고민하며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국제기구에서 일한다 해도 그곳이 미국에 있다면 비자 문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된다.*
* 이에 관해 구원이는 월드뱅크에서 10년 동안 일을 한 브라질 친구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비자 문제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국제기구에서 G 비자를 주지만 이 회사를 나오고 나면 미국 사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한시적인 거주 요건을 갱신하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H1 비자(취업비자)는 5년을 다니고 나면 영주권으로 넘어가는 프로세스가 있다.
해외 석사 학비로 엄청난 지출을 하는 것인데, 무언가 아웃풋을 얻어낸다면, 그리고 그 아웃풋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취업해 일할 수 있는 신분을 얻는 것이라면 학비는 전혀 아깝지 않다. 반대로 그걸 얻을 수 없는 투자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물론 영주권과 관련된 문제는 미국 취업, 이민 커뮤니티에 글이 많기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많이 읽으며 현실 감각을 쌓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학교 선택에서 고려할 점: 직종 접근성과 F1 유학생 친화성의 문제
학교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Fletcher School은 국제학생에 대한 프로그램이 미흡했다. 이방인이기 때문에 F1 신분의 유학생에게 학교가 얼마나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Fletcher는 백인 중심 학교다. 외국인이 절반이나 되지만, 그들이 본국에 돌아가 알아서 취업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비자 스폰서십이라든지 보스턴 인근의 취업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미비하다. Fletcher 마피아, Sais 마피아라는 말도 있다지만 결국엔 본인 능력껏 네트워킹을 해야 하고, 내 경우엔 특히 트럼프 행정부 때 공부를 했던 터라 외국인이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석사 졸업 후 취업이 목표인 학교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영주권을 보장받게 도와주는 취업 연계 프로그램 또는 팁을 제공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각자도생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물론 학교 입장에서야 ‘당신들은 어차피 국제기구에 갈 것이고, 미국에 취업할 것이 아니잖아’라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대학원생들도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처지라는 걸 감안할 때 학생들이 당연히 가까운 곳부터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하지만 보스턴 안에서 국제정치 석사 학위를 갖고 취업을 하기엔 지역의 전반적인 업계 자체가 이공계(생명과학, IT)에 쏠려있었다. 만약 DC에서 공부를 했다면 직업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덜 했을 것이다. 보스턴에 비해 지역 내에서 직업을 찾을 확률이 훨씬 높고, 네트워킹으로 뭔가 알아보기에도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와 달리, (확실하진 않지만) 아시아계에 친화적인 서부의 학교에서는 취업과 연계된 프로그램이 여기보단 잘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누군가 학교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취업 시장과 학교가 얼마나 지리적으로 가까운지, 그리고 학교 자체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얼마나 좋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지를 잘 알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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