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시작했더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上)

C & L

본 시리즈에서는 작년 9월에 미국 정치학 박사 과정에 입학해서 고군분투 중인 박사과정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이 박사 입학을 해서 보고 듣고 느낀 점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으니 기대해도 좋다. 특히 박사 유학생의 학교생활, 석사와 다른 부분들, 그리고 박사 입학 전에 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들에 대해 많은 꿀팁을 방출한다고 한다. 우선 이번 “상” 편에서는 미국에 있는 남부 대학(저자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학교 이름 대체)의 C 학생과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L 학생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미국-남대학

C

석사와 달랐던 부분

첫째, 교수님과 학생 간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교수님마다 제자와 맺는 관계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미국에서 겪었던 교수님들은 전반적으로 스스로 나서서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려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유교 문화가 강해서 그런지 교수님과 학생 사이에 수직적인 관계가 기반이 되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 존재하는데, 미국에서는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매우 수평적으로 다가와 주고 학업 뿐만 아니라 일상까지도 스스럼없이 고민을 상담 할 수 있게 열어두고 있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특히, 학업적인 측면에서는 정말 모든 수업 과제에 대해 1:1로 장문의 코멘트와 면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학생의 학업적 능력에 대한 교수님들의 기대가 크게 느껴집니다. 석사는 학사 졸업이후에 대학원을 탐색해보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바로 학자의 길을 다짐하고 석사를 시작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내가 과연 학자의 길이 맞을지 고민해보는 측면에서 석사를 시작하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처럼 석사는 학사와 박사 간 과도기적 기능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박사 과정은 학계에 남기로 굳게 결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교수님들도 박사 과정생들에게 주니어 학자로서의 면모(특정 이슈에 대해 나의 생각을 일관된 논리로 전달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적절하게 비판할 수 있는 능력)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생활에서 중요한 것

첫째, 멘탈 관리가 생명인 것 같습니다. 학기 중에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없는 생활이 한 학기 내내 지속됩니다. 제가 있는 곳은 주립대라 그런지 입학과 동시에 조교 업무가 시작되는데요. (사립대는 첫 1년은 조교 활동을 하지 않고 펠로우십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조교로서 한 학기에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200명의 학생들을 맡게 됩니다. 이런 와중에 수업을 3개씩 들으며 3년 동안 코스웍을 따라가게 되는데요. (여기에 개인 연구를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워라밸이 없는 생활이 길어져서 너무 힘들다 보니 중간에 학업을 그만두는 동료들도 종종 생깁니다. 모두가 바쁘다 보니 서로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라 스스로 멘탈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 박사 과정과 관련해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는 것과 하루를 살아내는 데 필요한 용기를 갖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해외 유학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새로웠는데요.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눕기까지 모든 것들이 새롭기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가 막중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영어가 어눌한 아시아인으로 사는 것으로부터 오는 어려움들도 크게 작용했는데요. 여러가지 새로움, 차별, 불확실성, 그리고 학업적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 가운데 왜 학자가 되고 싶은지와 관련해 스스로의 대답을 찾아보는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미리 준비했어야 하는 것

먼저, 존재론, 인식론, 그리고 방법론에 대한 탐구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아무리 양적 방법론이 강세라고 할지언정, 결국 좋은 연구 질문은 존재론과 인식론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양적 방법론은 기술에 가깝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느낄 때 언제든지 금방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 공부를 사전에 충분히 하셔서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오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첫 학기나 첫 1년 동안에는 통계 강의를 필수적으로 듣게 되는데 미리 공부하고 오면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통계 이외의 수업에서는 대부분 줄글 텍스트가 많은 자료들을 접하게 되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데, 통계 수업에 투여되는 시간을 줄여 다른 수업 준비나 조교 활동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통계 수업 과제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도와주면서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조건 영어 실력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장벽이 매우 높은 것 같습니다. 정치학 전공은 토론 위주의 수업이 대부분인데, 영어 실력이 갖추어지지 않을 경우 나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무엇이 중요한 토론 거리로 오고 갔는지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영어로 된 글을 읽고 쓰는 것만큼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하이오 주립대

L

저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NYU) pre-phd track M.A. 프로그램에서 1년 동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 OSU) 박사과정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OSU 박사과정 신입생들은 우선 개강 2주 전에 “math camp”를 이수해야 합니다. 오전에는 수학을 배우고 오후에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선 수학은 향후 양적 방법론 수업들을 이수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는 주로 편도함수(partial derivative), 행렬(matrix), 최적최대화(optimal maximization)에 대해 배웠습니다. 오후의 행사는 주로 캠퍼스 투어, 도서관 소개, 건강관리 등과 같이 학교생활에 유용한 내용들이 포함되었습니다. 저는 2주 동안의 “math camp”야말로 동기들과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동기들과 과제를 같이하고 오후 행사가 끝나고는 같이 술을 마시며 어울릴 수 있는 자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정치학과는 모든 박사과정 1년차 학생들에게 박사과정 멘토 한 명과 임시 지도교수님을 배정해줍니다. 임시 지도교수님은 1년 후에 변동이 가능한데, 수강신청부터 연구 및 학과 관련 모든 내용을 멘토와 지도교수님과 상의할 수 있으며 혹여 이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연락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수강신청을 하기 전 멘토님과 지도교수님의 의견을 수렴하여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한 개강하자마자 제가 관심 있는 연구주제와 관련하여 교수님께 메일을 드려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으며, 1학기 동안 한 달에 한 번 꼴로 교수님과 만나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지도교수님을 제외하고 다른 교수님과 협업을 하고 싶거나 의견을 듣고 싶을 경우에도 편하게 메일을 드려 면담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교수님들께서는 학생들을 많이 격려해주시고, 학과 분위기 또한 전반적으로 매우 친절하기 때문에 대학원생들이 편하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학과 측에서는 특히 대학원생들에게 교수님들과 만나는 자리를 많이 마련해줍니다. 국제정치 분야 같은 경우에는 매주 수요일 점심 때마다 IR 워크샵을 진행합니다. 국제정치 분야 교수님들은 웬만하면 매주 참석하시기 때문에 유용한 코멘트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 오후에 진행되는 coffee hour은 한 분의 담당 교수님께서 진행하시며 다른 교수님들도 가끔 참석하시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참고로 저의 지도교수님은 담당이 아니심에도 불구하고 매주 참석하신답니다.)

박사과정 첫 학기에는 보통 4개 정도의 수업을 듣게 됩니다. 양적 방법론 수업인 Quant1는 모든 학생이 이수해야 하는 수업이고 남은 세 개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Quant1의 난이도는 학생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되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서울대 그리고 뉴욕대에서 이미 배웠던 내용들이기 때문에 따라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제들을 완성함에 있어서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수업은 개인의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선택했던 ‘비교정치경제’(Comparative Political Economy) 수업은 한 주에 7개 정도의 리딩을 읽고 매주 토의 질문을 제출해야 했고, ‘안보정책’(Security Policy) 수업은 한 주에 3개의 안보이론 관련 리딩을 읽고 요약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사회과학의 기초(Foundation of Social Science)’는 철학 수업으로 발표는 없지만 한 학기 동안 두 개의 소감문을 제출해야 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3개 과목들은 모두 기말 페이퍼 제출을 요구했는데, 저희 학과의 장점은 데드라인을 엄수할 것을 강요하지 않고 수업을 잘 마무리한 후에 방학 동안 써서 제출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점입니다.(물론 박사 졸업 전에는 제출해야겠죠…) 그리고 방학 동안이라도 페이퍼를 작성하다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에는 언제든지 교수님과 연락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희 학과는 분위기도 좋고 교수님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하며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1개의 응답

  1. Ohio State University는 박사과정 퀄 시험 합격률이 어느정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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